현대에 적용해도 하나 문제 없는 범시대적 텍스트. 완벽한 텍스트라도 수십 년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다듬기가 필수 불가결. 우려는 있었지만 마치 지난달 쓰여진 극처럼 흠잡을 데 없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언어극이기에 움직임으로서 풀어낸 노력이 돋보인다. 움직임극을 보는 듯. 오히려 루즈해질 수 있는 위험성도 있으나 이 간극은 배우들이 에너지로 짱짱하게 메워준다. 제4의 벽을 허무는 것은 쉽다. 그러나 허문 벽을 다시 세우기란 만만찮다. 무너진 벽의 쾌감이 너무 좋아 어설피 세운 벽을 관객은 만족하지 못하고 갈피를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아주 매끄럽게 허물고 매끄럽게 세운다. 마치 처음부터 벽이 없었던 것 같다. 무조명의 역설적 집중. LED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 그러나 객석등이 자꾸만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현대사회의 결혼문제를 꼬집는 메시지는 다분히 표면적이다. 원작처럼, 표면적 메시지를 빌리지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놓치지 않는다.

인생 중반을 넘어 삶을 되돌아보는 요즈음 이 극을 보고 시간과 삶에 대한 생각을 진중하게 해보는 명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다른 극단의 '결혼' 공연을 이전에 보고 이번 다른 극단의 '결혼'공연을 또 보았는데 한 작가의 작품이 각 연출가에 따라 재해석되어 다양한 표현으로 풀어내어짐에서 받는 감동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