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에 대한 추구. 끝없이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 한계를 직면했을 때 오는 좌절, 괴리, 광기, 거짓, 회유, 암투, 멸망, 망각, 반복. 교수와 학생. 가르치는 이와 배우려는 이. 지식을 뽐내기 위한 본능. 순수하지 않은 지식 간의 충돌. 뽐내지 못한 이의 패배와 회피. 상대적 지식의 승리를 인정받지 못한 자의 분노와 파괴. 지식은 한없이 나약한 것. 힘의 논리 앞에 굴복하기 십상인 것. 체제와 이념의 폭력. 폭력에 짓밟힌 이. 그렇다면 교수와 학생은 어떤 의미인지? 교수는 누구고, 학생은 누구인지?

위에 적은 것들은 이번 연극을 보는 내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답을 찾으려 했던 나의 머릿속 잔상들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나는 이미 함정에 빠져 있었다.
정답이 없는 지식을 쫓아가며,
정답을 찾으려 한 내가 바로 교수였고, 학생이었다.
지식과 지식의 사투에서 승리자는 없었고,
나 또한 어떤 지식들에 매몰되어 패배하였다.

그러니 영원한 교수도, 영원한 학생도,
어떤 지식의 승리도 없는 곳에서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부터
이 연극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 이름인 ''백치들''은
연극의 제목과 어느 구석 퍽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