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요새 완전 상업적인 연극보다는 이렇게 묘한 연극이 끌리더라고요 뭔가 보고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연출가의 생각과 맞는 의도로 봤는지요 우선 시놉답게 내용은 심오했어요 실종아동과 사회적 시선에 대한 문제를 보여줬습니다 무대는 단순했어요 그런데 무대를 깊이 사용했어요 뭔가 다을수 없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연극은 관객에게 여러가지 메시지를 전달해요 그 메시지에서 무엇을 느끼든 판단하듯 관객 몫으로 남겨두는거 같았어요 장애를 가진 소녀, 그리고 남은 가족, 실종아동, 유괴, 유린,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그리고 그걸 나몰라하는 국가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있어요 글로만 보면 되게 심오할 거 같지만 또 나름 그렇지 않아요 캐릭터마다 각각의 문제점을 다루고있는 연극 마지막 위에서 떨어진 무언가를 어떤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해석이 달라지는 연극이었어요~

믿고 보는 김설 배우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올리는 극은 대부분 완성도가 높더라구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배우의 말 하나하나,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극이라 좋았어요.
완성도 높은 극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하구요.

(초대권으로 봤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입니다)

"태풍이 오던 날" (작,연출:홍순섭 드라마투르그:배선애 무대디자인:이승희 조명디자인:최인수 사운드디자인:이수빈 분장디자인:이진영 그래픽,사진:김솔 출연:고훈목, 김설, 이태훈, 박현미, 조하석, 유종연, 이혜민 주최:예술집단 순 극장: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별점:★★★★☆) 전작 "나의 우주에게; Dear My Universe" 를 봤었던 예술집단 순 의 공연이다. 은희는 자폐를 가지고 있는 딸 연경이를 치킨집을 운영 하면서 혼자 돌본다. 어느날 놀이터에 간 연경이가 돌아 오지 않고, 딸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지 11년이 되었다. 그리고, 연경이랑 닮은 하린이를 봤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작은 해변 마을을 찾게 되는데... 영화나 드라마로도 가끔 나왔던 소재 이지만, 다시 한 번 실종 아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인간의 본성과 사회 문제를 잘 버무려 놓았다. 무거운 주제 이지만 100분 동안 집중하고 볼 수 있었던건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전작 "날개" 를 봤었던 김설 배우님이 제일 마음에 든다. 무대와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 이었다.

태풍이 오는 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하린이는 정말 연경이일까요? 그 날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엄마 박은희는 절실한 마음으로 연경이와 닮은 아이가 살았다는 동네를 찾아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합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제각각입니다.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 혼란만 가중된 상황입니다. 추적을 할 수록 베일에 가려진 진실의 무게가 무대를 압도했습니다.

온갖 비밀을 잔뜩 알고있는 듯한 느낌의 최철국은
연경이와 닮은 하린이와 함께 산 김대국과 잘 아는 사이입니다. 김대국은 가족과 절연한 상태의 독거노인인데, 어느 날 그의 집에 외손녀 하린이가 왔다고 최철국에게 말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외손녀라니 뭔가 석연치않아 하는 최철국입니다. 점점 뭔가 더러운 꿍꿍이가 있다고 의심합니다. 극중에서 김대국이 하린이를 상대로 성적 학대하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만, 대사를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극은 사건의 명확한 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진실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최철국의 추정이 그 날의, 태풍이 오던 날의 진실인 것처럼 보입니다. 또 그의 추정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그 날, 태풍이 오던 날 정영택과 이명주가 하린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최철국이 우연히 목격했기때문입니다.

이명주의 드러난 겉모습은 군청 공무원으로서 작은 마을의 대소사를 살뜰히 살피는 믿음직스럽습니다.

정영택은 ''내가 해병대장이야 방범대장이야'' 라고 반복해서 외치는 의문의 인물로 노화가 원인인 것인지, 여타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인지 온전한 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주가 온전치 못한 정신의 정영택을 교묘히 이용하는 듯 보이는 정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명주는 브로커가 되어 어르신들로부터 돈을 받고 어린 소녀를 인계하는 끔찍한 짓 벌인 장본인이 되는 것입니다.
실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인 것입니다. 이것이 태풍이 오던 날의 진실이라면 그 날, 할아버지 김대국의 돈과 함께 사라진 하린이가 엄마 박은희가 8년 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헤멘 딸 연경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극이 진실을 추적할 수록 인간 내면의 밑바닥에서 꿈틀대는 양면성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연경의 아버지 오진수는 고질적인 입스 증후군으로 은퇴한 전 야구선수 출신으로 스마트폰 관련 사업을 벌인 인물인데,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한번쯤은 갖을 법한 속내를 드러냅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실종된 아이 찾기에 전념하는 아내 박은희도 마찬가지로 밑바닥 속내를 드러냅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반대 경우에도 성립되지 않을까요. 인간은 누구나 양가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누구나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이거다 하고 콕 찝기 애매한, 나도 내 속마음을 정확히 인지하기 모호한 그럴 때 말입니다. 그들 부부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딸이라 항상 곁에서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절대 혼자 밖으로 외출하면 안되는 것임을 알고있는데... 그냥 모른척...!!

월드컵 경기의 열기에 취해 한 순간의 일탈 같이 생긴 아이로 인한 결혼과 장애를 가진 딸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을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존재...

그들의, 그 날의 진실은 그들만 알 것입니다.

인생이 원하는 대로, 계획한 바에 따라 흘러가지 않기에 되돌리고 싶을 때도, 도망치고 싶을 때도 분명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 조차도 속일 수 밖에 없는 내밀히 감춘 진실이 아무도 모르는 밑바닥에 있을 수 있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 에 대한 물음이 내 안의 진실로 귀결됩니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방법 중 하나는 피서지, 휴가지나 인적 드문 한적한 곳에 몰래 놓고 그냥 돌아오는 것입니다. 입양 당시는 애정을 갖고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 잘 살아가겠다고 다짐 했을테지만 이사하면서 그냥 놓고 오는 오래되 낡은 가구처럼 더 이상의 쓸모를 못 느껴서인지, 애정이 식어서인지 그만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감정과 생각이 영원불멸의 고정값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불안정한 인간의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마음은 분명해 보이는 진실이라도 언제나 변질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최철국이 언급한 그날의 전말이 진실이 아닌 왜곡된 거짓이라면?

잘 봤습니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살린 연출이 인상적이었으며, 무대 위 배우들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들의 내밀한 이면을 잘 표현했습니다.

또 작품을 보고 경찰의 안일한 부실수사로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범죄들이 곳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겉만 보고는 절대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곱씹어 봤습니다. 사람 속은 그 누구도 알 길이 없다는 것을 무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끝으로 사업 한다는 핑계로 가정에 소홀하고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내가 아이 실종 이후에도 홀로 외로운 분투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딸의 18번 째 생일날,
주인공 없이 아빠와 엄마만 생일 축하 자리는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미역국과 불고기를 준비했다며, 불고기 국물에 밥 비벼 먹는 걸 좋아하던 딸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규는 사무친 그리움 이상의 한 맺힌 울부짖음이었습니다... 설령 한 순간 인간으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해 실종된 딸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가정은 딸의 부재로 인해 파탄났기 때문입니다.
삶에 태풍이 몰아친 그녀를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자식이 실종되고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가 부모에겐 지옥이다. 차라리 죽었다면 가슴에라도 묻는다겠지만..

개구리소년들 실종 사건 때,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부모들은 전국을 떠돌다 하나둘씩 병을 얻어 세상을 등져야했다..

한적한 어촌 마을, 태풍이 오던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을 사람들의 욕심에 끝내 소녀는 실종 내지는 살해되는 무거운 결말...

오히려 결말을 짐작하게 되자 보다 차분해지고 마음을 안정을 찾는 듯 보이는 부모들...

공연 시간이 흘러갈수록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졌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