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자" (작,연출:라성연 시노그라피:박상봉 음악:이승호 조명:박소라 의상:이윤진 출연:안병식, 강희만, 김현정, 권귀빈, 배유리, 박지훈 주최:라성연, 베타프로젝트 극장:아름다운극장 별점:★★☆☆☆) 2020년도에 "크레이터" 라는 공연을 봤었던 베타프로젝트 작품이다. 심부름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는 어느 날 사람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공연은 무대가 가장 특이 했다. 중앙 부분에 가리워진 공간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요즘 고민하던 주제였어서 선택했고 해결이 되진 않았지만 방향성은 잡혔다

늘 소통하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만이 서로의 관계 유지에 힘쓰고 그게 좋은거라 생각했는데.. 왜 연락도 없이 지냈냐고 한다면..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그랬다면 그것까지 굳이 뭘또 설명해야 되는지..참. 맞는말이다. 말없이 맥주잔 부딪히고 마시고 싶은 타이밍이 있었다.. 진짜 맥주인거 같았기에ㅋ
이번 주말 막공을 앞두고 있으니, 탈주자 궁금하면 오라이~^^

​

아름다운 극장은, 굳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 무대에 서지 않는다면 권하고 싶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가고 싶지 않은 극장이다. 애초 취지가 아름다웠는지 모르겠으나,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대, 객석, 통로, 외부 화장실 등 낡고 작은 건물 지하실은, 혜화동 사거리 라는 입지가 아니라면 도시 외곽 소도시 극장으로도 아쉬운 극장이다. 애초 극장으로 설계한 시설이 들어서는 대학로이고, 센터 형식의 국공립 극장들이 들어서는 추세이니 아마추어 연극인을 위한 공간 혹은 연습실 정도가 어울리는 곳이다.

시노그라피, 연극 [탈주자] 제작진 소개에 낯선 직책이 보인다. 찾아보니 ''''''''시노그래피(scenography)는 공연예술에서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재현하여 독자적인 의미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무대미술과 공통점이 있지만, 무대를 장식하는 미술을 넘어서는 일종의 시각적 극작법''''''''이라고 한다. 얼추 알듯 말듯 연출의 영역이라고 치부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무대 셋팅에 과거 무대디자이너에게 강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 정도로 이해했다. 다소 낯선 단어가 들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정확하지 않으나, 미루어 짐작해보면 전문 극장의 활성화, 즉 극장의 질이 높아지는 추세와 연동하는 개념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아름다운 극장의 좁고 낮은 그 무대에 무대미술도 아닌 시노그라피? 그런데 담당이 박상봉이다. 박상봉은 연극판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무대디자이너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우리가 알만한 수준급 연극들이 그의 손을 거쳤고, 동아연극상을 수상했으며,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연극인이다.

극장 밖에 매표소가 없다. 머리가 부딪힐까 조심하며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간이 테이블, 매표소를 두었다. 그런데 바로 옆이 무대이다. 매표소와 무대 사이 경계는 한 줄 테이프로 막은 경계띠 뿐이다. 하여 객석에 앉으면 매표소가 보인다. 커튼이 없는 이유는 그 자리가 등퇴장을 위한 동선이기 때문이다. 정작 무대 위에는 무대 절반 이상을 차지한 불투명한 벽 모서리가 객석을 향해 깊숙하게 찌르고 들어왔다. 무대 크기에 비해 과하게 커서 배우들 등퇴장로가 비좁을 정도이다.

불투명한 벽 뒤로 영상, 무용, 연기, 독백, 방백이 보이고 들린다. 잘 보이지도 않고, 들리는 소리도 먹먹하다. 일종의 거름망인데,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 상황, 추억, 기억, 심지어 나이와 이름까지 정확하지도 않고, 때로 잘리거나 왜곡된 채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학연, 지연, 우정, 사랑 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무엇이다. 극장 내부를 기형적으로 압도하며 차지한 세트는 작/연출 라성연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색의 흔적, 희곡보다는 소설, 시에 어울리는 말들을 무대에 안착시키는데 적격이다.

고백하면 글의 흐름과 반대로 연극을 보고 나와서 내가 아름다운 극장을 아름답지 않게 인식했던 건 ''''''''극장 탓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연출을 찾아보고, 무대를 찾아보고, 인물을 찾아본 뒤였다. 여담으로 박상봉 무대 디자이너의 바로 전작 [세인트 조앤]이 국내 연극 무대 중 최고로 꼽는 명동예술극장 무대이며, 15세기 중세 유럽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면서 매우 단순한 직선 위주의, 말 그대로 빈 액자처럼 선에 가까운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도치 않게 선 위주의 비슷한듯 무대를 채우고 비운다면 점에서 다른 최근작 두 편을 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기존 대학로 연극들은

로맨틱코미디이거나 추리물 등이 대부분인 것 같다.

엄청 우울한 얘기도 있긴 했다. 연극 보속이나 연극 부정 같은 것.

그러나 이런 얘기들도 명확한 서사가 있다.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근데 이번에 본 연극 탈주자는 뭔가 달랐다.

계속 내레이션을 들려주는 것,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로 나오기도하고

배우가 직접 내레이션을 읊기도 한다.

그것도 완전 문어체로.

(나는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느꼈다.

불꽃놀이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허망하고 단순한 불꽃들이었다. 이런식의 문장이다.)

중간중간 비디오를 찍어서 보여주는데

이것도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된다.

​

그리고 서사가 없다. 이게 젤 중요한듯.

6명의 배우가 역할을 맡는데, 그들이 일관적으로 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진수라는 탐정만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고

나머지는 다 배역이 달라진다.

그리고 어떤 장면들을 계속 보여준다.

​

직장동료들이 점심시간에 커피숍에 갔는데

퇴사한 직원을 만난 장면,

​

동네친구 두명이 음식점에서 음식을 기다리면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

​

대학교동기 한명이 죽자 장례식에 모여서 담소를 나눈다.

​

낯선 동네에 갔는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난다. 등등.. 의 일화가 계속된다.

​

소설책을 읽는 듯한

문장들이 내레이션으로 계속 나온다.

뭔가 특정한 서사가 없고

계속 장면장면이 나오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해야하나.

뭔가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