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시간보다 살아온 시간이 긴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슬픔...

1시간인 짧은 공연 시간이었지만
미래를 생각해볼수 있엇던 계기가 된것같네요..

로버트 윌슨이 수잔 손탁과 함께 만든 연극 '바다의 여인'을 본 것이 2000년. 꼭 10년 전이었다.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의 무대를 본다는 생각에 어찌나 마음이 떨리던지.

로버트 윌슨의 무대연출에서 느낀 전율-그것은 다름아닌 빛과 그림자-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말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받았었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새로운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저렇게 시간이 흘러 10년. 너무 오랫만에 듣는 이름. 그를 본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나. 그리 늦게 예매한 것도 아닌데, 좌석이 거의 없었다. VIP석도 몇 장 남지 않았는데, 인터파크에서 딱 한 장 남은 R석 티켓을 쥐고 얼마나 기뻤던지.

드리어 공연 당일. 설레는 맘으로 극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 거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공연이 끝날 무렵 관객석의 반응은 반반 인 것 같았다. 어떤 서사나 스펙터클을 기대했다면 마치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되는 크라프의 독백이 너무 심심하고 지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빛과 사운드의 팽팽한 힘겨루기를 눈 여겨 바라보며 느끼는 희열. 그리고 사그라드는 말년의 노인이 되새기는 반짝이던 (그것이 40, 50 혹은 60대의 추억일지라도 70의 나이에서 바라 본다면 언제나 과거는 찬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젊음의 회상!

그의 무대는 차가우리만큼 담백하다. '바다의 여인' 때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사운드의 역할. 크라프의 1인극이지만 연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세게, 혹은 잔잔히 파도처럼 이어지는 빗소리는 또 한 명의 배우라 해도 될 정도다. 천둥 번개가 치는 느낌을 조명의 리듬-마치 허를 찌르듯 예리하게 내리치는 그 절도있음이란!-까지 어우러져 연극은 불필요한 모든 것을 최대한 잘라내버린 느낌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생, 다시 되돌리기, 또 재생-

오래 전 녹음된 자신의 기억을 재생하며 어긋나버린 사랑을 떠올리는 크라프의 일흔번째 생일.
어쩌면 죽음으로 가는 길은 그런 것이 아닐까. 끊어지는 기억의 재생- 그리고 반복.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다.
기억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빛은 공간을 창조한다. 빛이 없다면 공간도 없다...
빛은 어둠을 더 어둡게, 어둠은 빛을 더 빛나게 만든다.
이 연극은 많은 그늘을 이용한다." Robert Wilson

천둥번개와 빗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는 밤
홀로 어두운 방안에 앉아 녹음된 테이프를 돌려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70세 한 노인

인생을 되돌아 보면 후회만 남는 것인지
마지막 사랑에 대한 테이프를 반복해서 돌려 듣는
그의 모습이 씁쓸하게 다가와서
단순한 구조의 연극임에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국제심포지움에서 로버트 윌슨이
연극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으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그의 삶의 철학을
연극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

2010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해외초청작이자, 2010 서울연극올림픽 국제위원작이기도 했던 공연이라 내심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하지만 연극 초보인 저에겐 힘든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대장치, 조명 등 평소 보던 공연과 많이 달라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조금은 느낌이 왔지만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네요...

다양한 공연을 보고 내공을 쌓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