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갖가지 우여곡절 끝에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음악도 좋고 배우들 연기, 특히 나스타샤 연기 정말 좋았어요.
제가 읽은 백치와는 인물들 느낌이 많아 달랐지만 새로운 해석을 접해서
이것저것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열연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제목은 참..어렵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의 주인공들의 이름 또한 어려웠다..
그러나 반복학습^^
몇번 들으니..아..그렇구나..하게 된다.
요즘엔 순수성을 잃어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 연극을 보면 좀 찔린다.
나역시 그런 사람이 아닐까...하는...
이것저것 다 갖고 싶은 마음에 사랑을 믿는 마음도
상처받지 않는 강한 용기도 갖고 싶다는...
이 또한 어리석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
이 연극이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한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줬으면 한다..

공연 시놉시스를 봤을 적엔 백치(The Idiot)와 백지(한국 한 마을의 바보)의 비등한 대칭적 구도와 연출을 예상했는데, 실제 극 중의 백지는 백치 뮈시킨의 이야기 속에 분량상 훨씬 작은 비중으로 존재하고, 비록 옴니버스식 이야기 속에 존재하지만, 그 이야기를 서술하는 주체인 뮈시킨과 소통한다. 다소 무거운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도스토예스트키의 원작이나,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출됐으며, 프리뷰 기간이라서인지 앞부분에서 잠깐씩 배우들의 말엉킴이 있었지만 다들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주인공인 백치 뮈시킨과 로고진, 나스따샤. 그 중에도 로고진은 카리스마와 힘이 있었고 비통했다.
무대의 빨간 벽면과 빨간 의자들, 배우들의 빨간 색 소품들이 인상적이었고, 조밀한 그물망의 형상으로 내리쬐는 조명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뮈시킨의 발 아래에서 갑자기 열리듯 검은 원(홀)이 생겨났다가 다시 닫히듯 오므라드는 조명처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홀의 열고 닫힘을 옆에서 내려다보던 백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뮈시킨이 처절한 현실에서 벗어남을 뜻하는 것인지, 다른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 혹은 그저 모호한 처리인지.
주로 일반적인 연극에서는 많은 배우들이 한 번에 한 무대로 쏟아져나와 몸을 맞추지 않는다. 하지만 ‘백치와 백지’에서는 극의 첫 시작부터 많은 배우들이 정중앙의 유리상자 같은 곳에 갇혀있다가 좌우로 뿜어져나온다. 그리고 마치 전위적 행위 예술 공연 같은 느낌으로, 몸으로 표현하고 전달한다.
공연장 2층에 앉아 노래하는 또는 소리하는 자와 해금을 연주하는 자도 인상적이었다. 러시아 작품에 한국 소재로서의 백지를 섞고, 러시아 음악들 외에 한국의 해금을 가져왔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일률적인 피아노소리는 뒤로 가면서는 오히려 연극에의 집중을 떨어뜨리는 느낌도 들었지만, 뭔가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주기도 했다.
극 중 한국의 백지는 처절하게 밟혀 죽되, 표현하기 좋은 말로 아이들의 가슴에는 봄이면 다시 피어날 꽃인양 영원히 남았다. 반면, 러시아의 백치는 이미 초반부터 많은 이들의 호감을 받고 신임을 얻으며, 순수하고 선한 영혼의 소유자로서, 사람들은 구원 받고자 그에게 모여들고 갈망한다. 결국은 백지의 실존도 바보이고, 백지의 실존도 바보다. 그리고 밟히거나 추앙 받고, 이용 당하고 놀림감이 되거나 호의와 친절을 받는 것들 모두는 바보의 일면이다. 바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우리 속에 혹은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존재이며, 극중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우리는 욕망을 쫓기보다는 어디든 존재할 법한 백치의 손을 잡아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우리는 백치만이 바보가 아니라, 지극히 바보가 아닌 겉모습의 우리들도 실은 바보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뮈시킨은 나스따샤에게 말한다, “당신은 환자에요, 치료가 필요해요”. 또한 로고진에게 말한다, “(당신은) 질투 때문에 병들었어요”. 누군가는 돈이 없어 헐벗음을 못이겨 구걸하고, 누군가는 성적 유희를 갈망하고 또 동시에 그 행위를 숨기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치료받고 구원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극 중 인상에 남았던 대사들이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 백지라는 바보가 있었어요
- 백치요? 백지요?
- 백지요. 그게 진짜 이름은 아니구요, 사람들이 그냥 편하게 부르는 거에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 오늘 나에게 큰 영광을 주셨어요. 내가 당신에게 준 게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준 거에요. 평생 존경하겠습니다.

- 다름 사람들한테 바보처럼 굴지 말고, 말 많이 하지 말고, 내 옆에만 있어요

- 찬 겨울 잠이 들더라도 너무 긴 잠은 아니길 바래. 봄이 되면 돌아오길 바래

- 욕망은 실체가 없는 거라 쫓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죠. 욕망을 쫓기 보다는 우리들 속에 또는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백치의 손을 잡아주는 건 어떨까요




(그런데 왜 9점은 없나요? 8점과 10점은 너무 떨어진 것 같은데... 제가 주고싶은 건 9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