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어요

수고했다!!!! :D 덕분에 산뜻한 감각과 에너지를 쟁여왔습니다. 객석 분위기마저 여행자답게 유쾌했어요.

공연 보고 후기 남겨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 공연은 후기로라도 감상을 남기고 싶어 글을 씁니다. 공연을 보면서.. 이제껏 봐왔던 여타 무용과 연극 공연에서 느낀 아쉬움들이 채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전문 무용수만큼의 자유로운 몸은 아니지만 배우의 생각과 심상이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고 몸이 가장 솔직한 언어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마음 속 한 구석 외로웠던 마음이 위로와 공감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모두가 머리를 땅에 붙이고 있는 순간, 음악과 가사를 보고 눈물이 차 올랐네요.. 피아노맨 가사 속의 bar처럼 조금 변두리에 위치한 여행자극장 안에서 예기치 못한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부디 출연하신 배우분들 앞으로의 길이 반짝반짝 빛나길 기원합니다. 좋은 공연, 좋은 시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은 서로 다른 공감을 충분히 불러왔고 극에 나왔던 ‘Let it be’. 흘러가게 놔두어라는 말이 잊혀질 만큼 철저하게 충분한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그들이 내게 열심히 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심인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까? 무소의 뿔처럼, 현실을 향해 처절하게 부딪히혔다.

달콤한 이야기와 춤으로 열정이나 논하며 인스턴트 더위를 잊게 하려는 구나 지레 오만한 선입견을 가지고서 객석에 앉아 공연 시작을 기다렸던 나 자신을 탓하고 꾸짖게 된 연극이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제 입에 넣어줬던 큼지막한 알사탕이 생각났습니다. 더위 잘 먹는 허약한 손주 건강하라고 쓰디쓴 보약 한 첩 지어오셨고 안 먹는다 안 먹는다 했지만 기어코 그 큰 알사탕을 입 안에 넣고서 하루종일 단물 빨고 다니며 쓴 경험을 잊곤 했던.

한 편의 연극을 본 후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 한 켠이 쓰리지만 달달해짐을 느꼈습니다. 피아노맨이라는 작품이 건네준 쓰지만 달달한 맛 덕분에 인스턴트 재미에만 불을 지펴왔던 부끄러운 나의 이야기들에게 그동안 너도 고생했고 수고했었다는 너그로운 위로 또한 건넬 수 있었습니다. 아, 연극이란 게 참 재밌는 거였지. 다시 잘 해보자는 생각들이 가슴 한 켠을 달달하게 채워가는 경험을 하게 됐네요. 하루가 지났지만 멀리서 여행자 배우분들에게 다시 한 번 경외의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마지막 장면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연극이 어떡하면 인간을 뜨겁지만 자상하게 품어내는지 매 초 단위로 경악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연극이기 이전에 경이로운 이야기와 사람들이었습니다.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