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낙엽쌓인 유원지, 연극이 시작되기 전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이곳을 서성이며 김밥을 먹기도 하고 쉬기도 합니다. 푹 수그린 자세에서 그가 지금 유쾌하지만은 않으며, 삶의 무게가 그를 누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극이 시작되면 너무나 화목해보이는 한 가족이 텐트를 들고 이 유원지를 찾습니다. 눈탱이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살뜰히 챙기는 아버지와 사춘기 반항기 가득한 아들, 그리고 친절해보이는 부부는 모두 얼굴에 삐에로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작은 것에도 크게 웃으며, 사정이 넉넉치 않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꿈꾸면서 큰 맘먹고 온 소풍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틈만 나면 극단적 시도를 하는 가족들과 혼자남으면 쓸쓸한 독백을 하는 인물들이 이 가족의 속사정을 조금이나마 보여지게 합니다. 그러고보니 바닥에 뿌려진 낙엽들은 낙엽만으로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자세히보니 낙엽에 섞여 차압딱지들이 빠알간 단풍처럼 알록달록 합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화목해보이는 삐에로 얼굴의 가족이지만 그들은 지금 가장 비참하고 비극적인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극의 중간을 넘어서면 가족들은 본 얼굴을 찾고, 이젠 그 외의 인물들이 삐에로 화장으로 나옵니다. 모두는 모두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거겠지요. 따스한 밥 한공기지어 고수레를 하는 것으로 연극은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