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끝없이 대물림 되는 인간의 죄와 욕망, 그로 인해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하는 현대인들의 이기주의, 진실을 묵과하는 ‘침묵’이 낳은 결과들은 비단 작품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렇듯 작품 자체가 가진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표현적으로 방대한 대사량을 원작 그대로 어떤 부분도 훼손하지 않고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작품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무대적 시노그라피를 통해 구체적이고 함축적으로 구현한 것 또한 돋보였다. 연출적으로, 연기적으로 3시간 2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끌고 가기에 깊은 주의 집중을 요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의 관객도 집중을 놓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다. 나 또한 1시간 30분가량의 공연에서도 금세 지루함을 느끼는 터라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갔지만 예상과 달리 밀도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스타일로 끌고 가는 힘이 대단했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길이가 길고 대사량이 많아 연습이 다소 부족한 부분도 보여 아쉬웠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과 그 의미를 담아내는 데에 성공적이었다. 유한한 시간 속에 살아가는, 무한하지만 한편으로 유한한 공간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본 작품을 통해 참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각자 자신의 사명을 깨달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과학적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뼛조각의 실체와 정체, 인간의 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달았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은 증오와 잔혹함을 낳기에, 그 속에 사랑과 희생은 지켜야 하기에. ‘구원 받은 삶’속에서 ‘잃어버린 삶’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주어진 삶’에 각자의 최선과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지 작품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알 수 없는 무한한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숲’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그 자체로 보인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을 파괴하고 동물원에 갇힌 채 먹고 자고 싸우고 씨앗을 뿌리는 원초적인 본능만을 수행하는 인간을 품듯이 말이다. 안타깝게도 ‘숲’은 자연의 상징으로 모든 것을 품고 덮을 수 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는 통로가 막힌 알 수 없는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는 동물과도 같은 인간을 옥죄는 유한한 공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품에서의 연출적인 공간 활용은 과거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현대인의 상징인 두글라스와 루는 유일하게 숲의 바깥에서 오가며 복잡한 가계와 그 속에서 일어난 진실을 마주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두 공간(시간)을 넘나들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하는 삶의 본질과 인간의 사명에 대해 통찰할 수 있도록 이끈다. 나아가 인간은 과거를 잊어서도, 후손들을 홀로 내버려두어서도 안 된다는 참 된 의미에 대해서도 사색할 수 있다. 인류는 마치 뉴런처럼 역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가계도와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원론적인 ‘죄’와 ‘폭력’, ‘전쟁’과 ‘사랑’, ‘희생’과 ‘잉태’ 등이 무한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직관할 수 있다. 그 것은 아이를 낳고 ‘만질 수 없는’ 뼈아픈 에메와 사라의 상황을 통해서 보다 더 함축적으로 드러난다. 순수한 생명체가 태어나자마자 선택권 없이 욕망에 물들 수밖에 없는 현실은 피할 수 없는 원칙과도 같고, 영원히 순환되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진실을 마주하는 매순간마다 욕망에 사로잡혀 피로 점칠 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모두가 욕망의 동물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하며, 그 안에 솟아난 새로운 생명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희생된 수많은 생명들을 회고하여 그 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현대인들의 올바른 역할과 책임에 대

생각 할 많은 주제들과 함께한 공연이었어요 뜻깊은 시간 보낼 수 있어 좋았어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좋은 공연

20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혼란스럽지만 마지막에는 약간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