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철현금의 소리를 이 공연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마치 기타줄 같은 금속현이 양금처럼 생긴 네모난 나무틀 위에 조여있고, 현을 뜯으면서 동그란 누름돌같은 걸로 음을 잡고 누르고 떨리게 만드는 악기인데 그 소리가 참 쨍하면서도 구슬프더라구요. 나중에 찾아보니 20세기 이후에 김영철이란 분이 거문과와 기타를 합쳐 만든 국악기라고 합니다. 철현금을 잘 연주하셨던 소리 선생님을 그리며 철현금 연주로 무대는 시작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셨던 선생님처럼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한 어연경 소리꾼님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덤덤하게 이어집니다. 소리꾼님의 이야기니만큼 음악은 이 극에서 빠질 수 없는데요, 장구와 북, 아쟁과 건반으로 이루어진 반주에 어연경 소리꾼님의 노래가 함께 하여 정말 아름다운 소리들이었어요. 국악기에 건반이 들어가면서 그리움이 진하게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한국음악 고유의 구슬픔이 느껴지는 음악이 잔잔히 깔리고, 어연경 소리꾼님의 재즈 음악도 참 좋더라구요. 소리하시는 분의 목소리와 재즈의 음율이 참 잘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농축되고 응축된 한 이라는 정서는 세계 어느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심청가와 같은 판소리도 들려주시고 공연 중간 중간 소리무대가 있어 더욱 좋았던 공연인데요, 선생님과 함께 한 일상들과 매일 매일 가정과 선생님을 오가며 바쁘게 배워왔던 날들은 돌고 돌아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끝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이 소리꾼이라는 숙명처럼 한일자로 그려왔던 인생의 걸음 걸음 그 시작이자 끝에서 아리랑의 노래로 무대는 막을 내립니다.

한 소리꾼의 인생을 함께 돌아본 듯한 공연이었는데 마치 인생 전체의 이야기처럼 잔잔하면서도 숙연한 공연이었어요. 누구나 마음속의 선생님과 자신의 소명아래에서 돌고 돌아 결국 깨달음의 끝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깨달아서 끝이 아니라 끝이라서 깨달아지는 인생에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좋은 파장으로 돌려주는 게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무대였습니다. 12월 마지막 정말 좋았던 공연이에요.

소리꾼의 자전적 이야기로 선생님을 추모하는 공연의 느낌이 강하다.
고수뿐만 아니라 악단의 소리에 맞추어서 판소리를 하는데 재미있다.
칠현금 연주, 재즈, 심청가, 그림, 아리랑 여러가지 장르가 어울려져 있다.
특히 마지막 아리랑은 선생님을 향한 맘이 심금을 울리는 것이 있다.
처음 보는 판소리 공연이지만 꾸준히 판소리를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