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라는게 창피하여 집으로 숨어든 두 사람이 신분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상황만을 놓고 썼다. 그게 다다. 내 나름대로는 이 상황이 정규직으로 편입하려는 젊은이들의 단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진지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행동들은 도처에 널린 ‘비정규직’이란 지뢰를 피하기 위해 행하는 전쟁 훈련이면서 이들의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전쟁에 다름 아니다.

평일 출퇴근 시간을 전후한 사이. 이웃에 있는 원룸에 공무원 시험준비생인 남자오 언로고시 준비생인 여자가 살고 있다. 그들은 평범한 회사원인 양 출근하는 척하지만 곧 서로의 눈을 피해 집에 틀어박힌다. 세상에 나가기위해, 세상의 눈을 피해서 공부에 매진한다. 그런데 빈집이어야 할 옆집에서 자꾸소리가 들린다. 둘은 설마, 설마 하면서 숨도 소리도 죽이지만 살기 위해 내는 소리로 둘 사이의 긴장은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