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원작:에드몽 로스탕 번역:이상해(열린잭들) 각색,연출:이대웅 드라마터그:박보경 음악:배승혜 안무:심주영 무대:송지인 조명:김성구 의상:도연(뽀엣뜨로) 음향:안형록 분장:이승환 소품:윤미연 무대감독:김상보 출연:박하진, 유채온, 김수정, 김은희, 박정민, 이화정, 김가은, 안미혜, 유혜림 제작:극단 여행자 극장:여행자 극장 별점:★★★★★) 작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봤었던 너무나 애정하는 극단 여행자 공연이다. 2021년 "베로나의 두 신사" 에 이은 모두 여성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이다. 작품은 많이 봐 왔는데, 2020년도에 애플씨어터 공연을 마지막으로 봤었다. 객석은 양면으로 배치되어 있고, 무대는 커튼으로 가리워져 있다. 오늘의 하우스 음악은 드뷔시의 "달빛" 이다. 아 그러고 보니, 원작에 ''달'' 이 주요 소재로 나오지... 역시 극단 여행자 다운 공연 이었다. 오늘 좋았던 점. 첫 번째, 음악이다. 내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 베경 음악이 등장하여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 준다. 두번째로 의상과 소품인데, 특히 칼이 인상적이었다. 서양식이 아닌 동양식을 쓰다니... 다음 배우로 넘어가서 아홉명 모두 훌륭하지만, 역시 타이틀 롤을 맡은 박하진 배우님이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 하면서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배우님 때문에 별점 1개 추가! 처음 본 유채온 배우님도 잘 해 주었고, 김수정, 김은희, 이화정 배우님도 좋았다. 익히 내용을 알아서 그런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장면이 좀 지루했지만 2시간 동안 재밌게 관람 하였다. 전석 매진이라 추천할 수 없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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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쉽게 웃고, 쉽게 웃는 시대인 것 같다. 짧고 간단하게 만들어진, 쉽게 소비되고 가볍게 버려지는 컨텐츠의 시대. 시간과 돈을 들여, 100분 가까이 되는 연극은, 어쩌면 ‘아날로그’를 넘어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 때문인지, 연극 보면서 마지막으로 울어본 것이 언제였나 가물가물하다. 관객의 눈에서 눈물이 난다는 건, 가볍지 않고 간단하지 않기에. 요즘 그런 이야기를 만나는 거 자체가 어렵기에. 겉모습이 추하다고 해도 그 영혼을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굳은 외침. 그게 가슴에 박혔다. 록산에게서 깊은 사랑의 답신을 받기까지 시라노가 흘린 땀과 눈물이 많았다. 그 사랑의 깊이를 표현하기까지 허투르게 뱉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없었다. 이 공연의 일 분 일 초가 온전했다. 시라노를 비롯하여 모든 배우들이 만들어낸, 그들의 공연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단순하면서도 중대한 그 말들을 많이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 불완전한 나, 나의 결핍을 순간의 자극적인 것들로 허겁지겁 메꾸고 있던 듯하다. 다시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문득, 아끼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게 하는 연극이었다.

오래전부터 꼭 무대로 보고 싶었던 희곡이라 사실 기대를 좀 했었는데, 기대 이상의 벅차고 감동적인 무대를 접하고 왔습니다.
모든 출연진이 여배우들로 구성되어, 원래 여캐인 록산을 제외하고 다른 캐릭터들은 여배우들이 남장을 하고 연기한 것이 마치 과거 여자는 무대에 설 수 없어 남자들이 여장을 했던 불합리한 전통의 역설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하고 좋았고 커튼을 통해 연출된 장막 역시 괜찮았습니다.
몸을 사리지않고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하던 배우분들도 너무 멋지고 훌륭했습니다.

시라노에 대해 대충 내용만 알고 있다가 제대로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정작 연극이 진행될수록 시라노보다 개인적으로는 점점 록산에게 마음이 가게 되더군요.
사실 시라노는 자신의 외모 컴플렉스보다도 어릴적부터 가까이 지내 온 친척 관계에서 더욱 록산과의 로맨스가 장벽이 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록산은 크리스티앙의 외모에 반하기는 했지만 진정으로 내면의 아름다움에 목말라왔기도 하고, 시라노의 시와 말솜씨에 은근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던 것 같은 묘사도 있었으니 록산이라고 단지 시라노의 외모만으로 거들떠 보진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이미 록산은 너무 오랫동안 시라노와 알고 지낸 탓에, 시라노가 자신을 연모할 거란 상상조차 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녀는 분명 한 사람만을 사랑해왔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사랑하는 이를 두 번이나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죠. 그렇기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사실을 고백한 시라노가 더욱 원망스럽게 다가와서인지 눈물을 쏟고 슬퍼하는 그녀를 따라 저도 같이 눈물이 나와 울먹이고 있더라고요.

상상 이상으로 슬픈 비극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래도 이 작품도 여운이 꽤 오랫동안 갈 것만 같네요...

아름다운 사랑고백과 아름다운 의상보다 배우님들의 눈빛이 더 아름다웠다. 기댈 곳이 없는 무대에서 오롯이 배우님들의 연기로 객석의 관객들을 납득시키셨다. 극단의 연출과 배우와 극장이 함께하면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여실히 보여준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