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는 ‘쉬었음 인구 70만’이라는 국내의 동시대성을 언급한다. 이 글을 읽고 헤롤드 핀터가 그려내는 부조리와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이 반영된 시공간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무대화된 공간의 콘셉트는 정작 “성소수자 광대가 운영하는 어른이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에 가깝다.

연극에서는 “70만의 쉬었음 인구, 불안한 현대사회, 개인의 자유“를 말하고자 하지만, 실제로 이것이 구현된 극 공간은 상징을 읽을 수 없는 특정 색채들에 대한 무의미한 집착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더해진 해석적 조명과 창조적 조명의 무분별한 사용과 클럽을 연상시키는 해석 불가능한 조명 기법들은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복잡한 부조리극의 텍스트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며, 이러한 빛 아래서 수행되는 연기자들의 광대 연기는 의문점만 가중시킨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이 연극은 대한민국의 현실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신들이 미학적이라고 믿고 있는 그럴 듯한 기교들을 뽐내기 바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이 연극을 완성도 높고 성실한 작품이라고 느끼면서 감상했다. 하지만 드라이한 시선에서 관람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 생산적인 후기라고 생각했다. 다음번엔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