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오페라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이번주 일정이 빡빡함에도 불구하고 무리를 하며 스크린 오페라를 보러갔다.

실제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비용면에서도 만만치 않을터,호호호, 스크린에 만족하기로 하고 고고~씽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정이 있어 이를 다 마치고 가기에 조금은 피곤한 상태였는데

스크린이 시작되면서 무대 세트에 그만 압도되어 버렸다.

아~아 그리워라,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예전 뉴욕에 있을 때 도밍고의 아이다, 조수미와 신영옥의 리골레토, 세빌리아의 이발사,

나비부인, 파바로티의 라보엠(?기억이 가물)을 본적이 있어

감회가 새롭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1848년 36세에 구상하여 1874년 61세에 이르러 완성한 작품으로 26년이 걸린 역작이다.

이중 <라인의 황금>은 하룻밤 전야제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1막 4장으로 휴식없이 공연된다.

나머지 반지 작품은 3일간 본편으로 구성되어 공연된다.



독일 민족의 젖줄인 라인강에서 신들이 머무는 천상의 세계와

난쟁이 족속의 니벨룽 족이 사는 지하세계를 넘나드는 동안

성악과 오케스트라의 팽팽한 극적 긴장감으로 2시간 30분 공연을 집중하게 만든다.



연출가 로베르 르파쥬,

그 사람 머리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정말 현대의 과학과 오페라 무대가 만나 멋진 장면을 연출해 냈다.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대 장치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리들의 일반적이 사고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아니고서는 생각해낼수 없는 무대세트들.

사고의 전환이라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하나?

놀라운 상상력이 과학을 만나 실현되어

우리 앞에 펼쳐 놓으며 우리는 그것을 즐기며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성악가들의 기량 또한 말로써 어찌 표현할꼬?

우선 체격조건부터 차이가 나니 울림을 만들어 내는 몸통이 크니 소리 자체가 다르게 들린다.

소리는 물론 레코딩된 소리이기에 어느 정도 가미가 되었다고 상상하며 들으시라~

그래도 기본기가 탄탄해 음량, 음색등이 배우마다 고른 편이다.



하하하, 거인 형제를 맡은 베이스 형제들인 파졸트역과 파프너역에, 프란츠 요제프 젤리히와 한스 페터 쾨니히

이들의 목소리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너무나 멋진 베이스였다. 시원시원하게 뻣는 저음의 소리들, 가슴까지 울려주는 소리같다.

막힘없이, 흔들림없이 쭉쭉 울려주는 그들의 저음 소리에 나의 온 몸이 그들의 목소리로 젖어드는 것 같다.

내 목소리까지 그들의 저음처럼 젖어 들 것 같은 착각속에서 한참 헤매이다가~정신차리고~ 휴~



대지와 지혜의 여신인 에르다 역에 파트리샤 파르동은 알토지만 목소리가 예쁘다. 물론 미모도 수준급.



니벨룽 족의 우두머리인 알베리히역에 에익 오웬즈, 바리톤인 그의 목소리도 매력적이다.



무대 의상이 비닐과 안정 장치에 의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다들 땀범벅이 되지만 정말 정열적으로 노래를 부른다.

보는이가 ' 저러다 탈수현상이 오면 어쩌지' 걱정될 정도로 땀을 흘리지만

모두들 상관없다는 듯이 열중하며 놀라운 집중력으로 배역에 몰입한다.



그들의 노래실력과 좋은 무대, 능력있는 연출가, 지원력과 추진력, 과학기술의 접목등으로

이런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2시간 30분동안 휴식없이 보는 나도 이리 힘든데

공연을 하는 배우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그래도 그들의 열정이 스크린이라는 막을 통한다고 해서 사그러지지 않고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감정은 참 미묘하다.

표현하는 사람이 표현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그것이 스크린을 통할지라도~



보는내내 나로써는 저~ 정말 충격적이었던 무대 장치와 세트들

나도 이 생각의 전환이 자유로워지길~바라며 좀더 자유롭게 표현해보려 노력해야겠다.

역시 사람은 머리를 자꾸 써야겠어.ㅎㅎㅎ





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야

왜 이리 그리우냐~ 정말 그곳가서 실제로 보고 싶다~

월~마나 멋일었을까?

저들 뉴욕커는 알까? 그들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지금 저 화면속에 나오는 오페라 하우스에 있는 관객들이 무지하게 부럽당~





스크린으로라도 바그너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또 다른 바그너의 발퀴레 작품이 기대된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갓핸드 테루' 에서 야스다 기념병원을 '발할라'라고 부르는데 신들이 거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아무도 모르는데 멋쟁이 기타미 선생님만 바그너 작품 속에 나오는 거라고 알아맞춘다. 그래서 바그너 작품을 꼭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보게 됐다. 물론 이번 시즌 앞부분은 조금 놓쳤지만 Met Opera on Screen을 다 챙겨보리라 마음 먹기도 했고.
이번 공연은 반지의 제왕이 따온 독일 전설과 같은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바그너도 참 대단하다. 거의 30년간 쓴 작품인데 이건 전야제에 불과하다니!
무대장치가 정말 최고다. 어쩐지 시작 전에 메니저가 무대에 45톤 장치를 하기 위해 무대도 보강했다고 자랑하더니. 그리고 와이어의 향연. 나무 판자 같기도 한데 영상에 따라 불도 되고, 물도 되고, 밤하늘도 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가면서 지상과 지하의 이동통로가 될 때 와이어의 힘이긴 하지만 마치 카메라를 위에서 지미집으로 찍은 듯한 느낌이었다. 황금투구(라기보다 해리포터의 투명망토 느낌)를 쓰고 용과 두꺼비로 변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대를 고정바닥과 변동장치로 구분해서 객석에서 보이지 않는 아래부분까지 활용하는 게 눈이 즐거웠다. 보통 오페라하면 엄중하고 독어나 불어, 이태리어 모르면 못 알아듣는 건데 이번 것은 무대장치부터 곳곳에 웃음 요소가 숨어있어서 좋았다.
반지가 절대권력을 주지만니벨룽의 저주로 주인에게 멸망을 던진다. 보탄은 운명의 소리를 수용해 저주에서 벗어나고 딸을 구한다. 반면 반지를 노린 거인은 동족간 다툼을 하고.
마지막에 우주위 다리를 건너 성에 신들이 들어가자 밤하늘로 바뀌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대 위의 반달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돼서 굿~
바그너란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그의 생애에 기술적, 시대적 한계로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 했다는 게 이해가 간다. 불이 지나갈 때마다 빔으로 표현되는 것도 좋았고, 라인강의 처녀들이 노래부를 때 바울이 생기는 컨셉도 좋았다.
독창이 주로 많고 합창은 라인강 처녀들의 노래 정도였지만 그래도 잠깐잠깐의 화음이 굉장히 멋졌다. 분장도 좋았고. 그물을 이용해 황금을 이동시키는 것도 괜찮은 컨셉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오페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푹 빠져들게 하는데 마력이 있는 것은 모두 아시지요?~^^
시간상 비용상 직접 미국을 방문해서 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메트 오페라단이 한국으로 순회공연을 오는 것도 아니니까 아쉬운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도 그중에 한명이랍니다~
다행이 작년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실황 녹화분이 한국에서도 극장 및 공연장에서 상연되고 있어요. 작년에는 메가박스에서 보고 올해에는 호암아트홀에 봤는데 정말 강추합니다. 우선, 호암아트홀이 아담한 규모의 홀이라 어느 좌석에 앉으셔도 잘 보이게 오페라를 관람하실수가 있구요. 음악전문 공연장이기에 음질도 찢어지지 않아 귀도 편안하게 감상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장은 에어콘 바람때문에 추울 수가 있는데 무료로 1인당 2장씩 무릎담요를 제공해서 더욱 아늑하게 보실 수가 있어요.
바그너 라인의 황금은 반지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데, 미니멀리즘적인 무대로 보통 오페라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무대장치와 변환으로 음악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는 재미가 크답니다. 제임스 레바인의 지휘도 의심할 여지없이 좋구요. 출연진들도 어느 누구하나 빠지는 사람없이 배역을 소화하여 더욱 놓치면 안되는 공연이 된 것 같아요.
공연장 시설도 좋고 오페라도 훌륭하고 일석이조의 공연을 관람하여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말 그 무대 위에서 단순한 무대 장치 하나로 다양한 장면을 표현한 것이 너무 혁신적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Met라서 그런지 다르네요! 정말 추천해요.

사운드 와 영상 모두 최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