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비슷하게 겹치며 극단 파수꾼 작품 두 편이 무대에 올랐다. 이런저런 공연예술제가 열리는 와중에 이은준 연출은 단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그중 ''돌고 돌고''는 극단 파수꾼이 시선을 거두지 않는 청소년을 다루고 있다. 파수꾼 작품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어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이른바 흙수저로 태어났고 앞으로도 흙수저로 살아갈 확률이 높은 아이들이다. 대학 진학이 오로지 한 가지 목표인 게 당연한 현실에서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연극 한 편이 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사회의 단면의 추하게 혹은 화려하게 과장하거나 포장하는 일 없이 현실을 포착해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성인 배우들이 대부분 성인인 관객을 대상으로 올리는 연극에서 청소년은, 관심 밖에 있는 그들을 자꾸만 소환해 보여준다.

그러면 그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연극의 주요 무대인 골목 어딘가 작은 공원이 그렇다. 그곳에는 짐짓 센 척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마저도 한베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죽고 베트남 어머니와 고깃집 식당에 달린 방 한 칸에서 사는 은지의 상황은 더 비참하다. 손님이 다 나가기 전까지 은지는 밖에서 돌아다녀야 한다. 마감을 하고 나면 엄마와 함께 불판을 닦고 하루를 같이 마감한다. 방에 얻혀 사는 조건은 간판이 꺼지기 전까지 살림하지 않는 빈 방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원에서 같이 노는 가희 역시 학교와 학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지만 은지와 형편이 다르다. 미국에서 살다 온 가희는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내일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두 아이들은 아버지가 없고, 어머니가 일하느라 바빠 자식을 챙기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은지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왔듯, 가희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는 이주민 신세이기도 하다. 오늘 이후 두 아이는 전혀 다른 삶을 살테지만 둘 중 누구도 인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제목처럼 돌고 도는 세상이라 어쩌면 후일 유일하게 암흑같은 시절을 같이 견뎌낸 두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공원에서 다시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연극은 중식 배달부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누비는 잠시 일탈의 순간을 제외하면 극중 시간의 흐름과 공연 시간이 비슷하다. 잠시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는 누비는 순간이 잠시 꿈만 같이 흐르지만 돌고 돌아 다시 공원으로 돌아온다. 사장에게 무시당하고 온갖 잡일을 하면서 손님에게 짱깨라고 무시 받는 30대 중반의 배달부는 아이들이 무전취식한 음식값을 치르고 혼이 났다. 하지만 아이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그는 좋은 어른이다. 무엇보다 그가 주방장이라는 꿈을 꾸고 있고, 중식에 자부심이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무의미한 일탈은 연극에서도 가능하지 않다. 누군가는 아이들이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가희가 떠나고 은지는 혼자 남는다. 그날 따라 고양이는 보이지 않지만 막이 내리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혼자 남은 은지와 길고양이는 서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아주 작은 연대는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너무 쉽고 나약하게 깨진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마저 없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짱깨 오빠는 가끔 와서 군만두를 던져주고 간다고 했다. 가희는 시간을 떼우기 좋은 장소로 도서관을 알려줬다. 여전히 비극이고 암울하지만 마음이 아주 헛헛하지만은 않은 건 보잘 것 없는 사소한 것이라도 서로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파수꾼의 청소년극은 언제라고 꼭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