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울다 연주회가 끝난 후 반짝이는 눈망울로 연주자가 울다 12줄 타오르는 목마름 울림으로 12명도 감동해 12월에 울다 2. 입다 어두운 곳에서 나와 남색 저고리 남색 치마 입고 노란색 옷고름 옷소매 흰 끝동 머리에는 하얀 나비모양 옥비녀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치마를 둥굴게 몇번에 걸쳐 쫘악 펼치고 옷고름 서너번 매무새하고 가야금 놓을 자리 앞자락을 평평하게 가야금을 받는다 다스름 샤르르 줄을 낮게 딩딩 튕겨보고 고수와 눈맞춰서 줄을 튕긴다 3부 . 연주 링 떨림 울림 퍼짐 밀고 당김 어깨도 춤을 추고 머리도 여리여리 진양조 너울너울 봉황새 야릿한 날개짓처럼 튕겨 오르락내리락 중모리 강드름 손가락 마디 꺽는다 손마디마디가 길게 빠르게 긴장과 이완 야금야금 가락나락 수없이 낮은 고개 높은 고개를 넘나드니 야트막한 산을 오르다가 깊고 깊은 골짜기로 빠져들고 산 마루를 향해 치솟아 가늘게 바람이는 듯 구름 바람 비 비바람을 흩뿌리고 끊어질듯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이어질 듯 몸놀림 손놀림에 울림 떨림 더욱더 가쁘게 중중모리 잔잔하게 우아하고 신비스런 물결파를 띄운다 늦은 자진모리 여릿여릿 해질녘 청산에 과부가 홀로 터벅터벅 고개를 오르니 가랑비 가락가락 황야를 달리는 말발국 파르락파르락 팍팍 질풍노도처럼 자진모리 휘모리 휘돌아치고 손사위가 느리게 점점 여리게 고수의 마지막 추임새 다닥 다다닥 닥 눈물 한방울 핑그르르가야금 12줄에 떨어진다 한시간의 숨가뿐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파란만장 여정을 힘차게 열음열음으로 불태워서 하얗게 눈부시게 희노애락을 뿌린다 붉게 물든 눈시울 울 듯 말 듯 감격스럽고 자랑스럽고 대견하니 12명의 열열한 박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음 다섯번째 연주회를 기대하며12몀의 힘찬박수를 받고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도 눈이 촉촉 떨리는 음색 밝은 목소리힘들었던 여정이 온몸으로 파르르 느낄 수밖에 앞으로 다섯번 여섯번 일곱번...... 영원토록 응원한다 4. 윤빛 아름답게 빛나는 산수유 붉은 열매처럼 새초롬하고 곱디 고운 겨울 눈밭에 홀로 핀 검붉은 장미의 샛노란 꽃술 더할 나위 없는 윤빛을 발하는 초승달같은 연주자 윤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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