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잘 봤어요..

창작 오페라 "윙키"는 기술과 인간성, 윤리적 고민을 담게 만든 작품이었던거 같아요.
저는 윙키 보단 아이를 잃은 아내와 남편의 역할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절제된 슬픔과 아내를 위로하려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어요.
그 감정을 음악과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이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고, 산후 우울증으로 아이를 미워하면서도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에 눈물도 흘렸어요.

저는 15시에 한번 보고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19시에 한번 더 봤는데요.
인공지능이 단순한 기계인지, 아니면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고민이 극 전반에 걸쳐 펼쳐졌어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AI가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나오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윙키의 가사 전달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이크 없이 진행된 무대라서 그런지, 특히 윙키와 형사의 노래가 합창 속에서 묻히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대사가 중요한 장면에서도 가사가 또렷하게 전달되지 않아 극의 몰입도를 조금 방해했던 부분이 아쉽습니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지금 정확히 어떤 말을 하는 걸까?" 하며 모니터에 나오는 대사를 보는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처음 아내가 부른 노래와 남편이 부른 노래가 제일 잘 들렸던거 같아서 그 부분이 아쉬웠어요.

만약 앞으로 재공연이 있다면, 가사 전달을 좀 더 보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윙키는 단순한 음악극을 넘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들이였고 감정을 공유하는 예술이라는걸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였습니다.

장점 : 젊은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은 긍정적. 크로스 드레싱/알고리즘의 무성적인 악역이 매력. 알고리즘과, 합창 부분이 제일 괜찮았음.

단점. : 연속공연이라 그런지 연주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다 펼지지 못하는 느낌. 오케스트레이션에 가사의 정확성 등이 묻히는 경우가 꽤 있음.

멜로디 안에 가사를 너무 우겨넣으려고 한 부분이 꽤 존재. 차라리 대사처리로 했으면 더 잘 들리고, 생각보다 몰입도 있었을 것임.

주제의식이 애매함. AI와 인공지능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주제를 가져가기가 어려움. 일반인들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지 몰라도, 이 분야에서 담론을 많이 접한 예술계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술하기 십상.

그런데 맬로디도 애매하고, 주제의식과 가사도 애매하고, 연기도 애매하고, 연주도 애매하고, 모든 것이 다 애매함. 특히 막과 막 사이의 긴장감이 끊기는 것이 치명적. 소품 전환 없이 연기로 때울 수 있었으면, 또는 음악이 ''''끊기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을듯. 그래서 막이 끝나고 나서 특별한 하이라이트 없었는데 박수를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들이 있었음.

특히 1막에서 이러한 문제가 더 두드러짐. 인물들이 어떤 주제를 가져가려고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가고 공연이 뚝뚝 끊김.
많은 클래식/재즈 작곡가들이 ''''반복''''을 꺼려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반복과 변주를 많이 해야 청자들에게 멜로디가 남음. 예를 들어 2막의 엄마가 부르는 멜로디 중 귀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이런 게 등장인물이 나오는 극 중 변주로 대놓고 계속되도 괜찮을 것. (즉, 귀에 ''''걸리는'''' 아리아나 합창이 별로 없었음)

이걸 초연이라고 치고, 장점을 살려 한 90프로 대대적인 수정을 가하면 좋을 듯~

일단 수고한 분들에게 박수를~

처음에는 AI로봇을 소재로 했다고 하여 다소 뻔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했는데, 뜻밖의 전개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음악의 아름다움과 절묘한 무대 연출이 어우러져 정말 좋은 공연을 관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