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부파라고는 사랑의 묘약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사랑의 묘약 작곡가가 이런 재미있는 오페라도 작곡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오페라를 새로운 컨셉으로 연출하는 건 낯선 일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비트코인 차트가 나오고 인물들이 쓰는 편지가 카카오톡으로 바뀌는가 하면, 돈 파스콸레의 비서와 공증인이 스마트패드를 이용해 일을 보는 등 현대적인 문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오페라는 적어도 제가 본 이후로 처음인 듯합니다. 특히나 노리나가 가짜 결혼 이후에 사치를 부려 돈 파스콸레의 재산을 거덜내는 장면에서 온갖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언급되는 건 정말 웃겼습니다.
정말로 즐겁게 관람해서 부평아트센터까지 오고 가는 먼 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고 집에 돌아올 때도 피곤하지 않고 계속 신이 난 상태였습니다. 오페라 하면 보통 오케스트라 반주를 떠올리지만 피아노 한 대 반주만으로도 공연장이 꽉 차는 느낌이라 아쉬움도 못 느꼈습니다. 대작 오페라 공연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간소하게 공연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페라가 앞으로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