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예술의 전당 공연 너무 좋습니다

민둥산의 하룻밤의 생생한 느낌과 모든 연주에서 감상자를 몰입할 수 있게하는 멋진 공연이었다.
앙코르공연에서 힘있고 화려한 곡으로 관람객 모두를 매료 시켰다.

첫곡 - 무소르그스키,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첫곡이 시작하고, 가짜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크라가
내한한 줄 알았다. 영화 "더 콘서트"를 찍는 것도 아닌데...
현악기들, 특히 제1바이올린의 소리가 너무나도 거칠었다.
게다가 미세하지만 서로 정확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명세기 모스크바 필인데 이러면 안되지...
다행이 금관악기와 목관악기가 원하는 정도의 소리를 내줘서
그나마 들을만 했다.

두번째 곡 -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Major
다행히도 현악기들 소리가 첫곡에서 보다는 좀 나졌다.
그리고 협연자 요제프 렌드바이. 정말로 놀라운 테크닉과 소리다.
처음 듣기에는 좀 거칠게 들렸지만, 테크닉은 아주 완벽했고
들으면 들을수록 그 거친 소리가 거칠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담백하게 느껴졌다. 몸에서 냄새가 나는 러시아 사람처럼
무언가 꾸며지지 않은 소박한 러시아적 정서라고나 할까?
음악의 일관성이 결연되었다거나 테크닉이 엉망이었다면
한소리 할 수 있었겠지만, 그의 연주는 달랐다.
한편 2악장은 절제된 서정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즉, 너무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감정적인 라인이 모두 들어있었다.
3악장은 템포를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테크닉적으로 실수가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렌드바이의 연주는, 무척 섬세하고 꾸며진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담백하면서 남성적이고 대담함을 보여준 것 같았다.
차이코프스키 시대에는 오히려 이렇게 연주되지 않았을까?

세번째 곡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사실 기대를 가장 많이 가진 레파토리였는데, 연주가 너무나 평이했다.
굳이 좋은 점을 뽑자면, 금관악기 그중에 호른이 한번도 실수를 안했고
트럼펫의 소리가 러시아 악단적 소리(파찰음에 가까운 지른 소리)를
내었다는 점과 베이스 트럼본의 소리가 잘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가장 아쉬웟던 점은, 4악장 마지막 피날레(293마디)에서 근음을
유지해야할 베이스 트럼본이 지속적으로 소리를 끌지 못하고
숨이 모자라 끊어지는 바람에, 김빠진 사이다처럼 끝나버렸다는 것.
현악기들, 제1바이올린이 서로 섬세하게 맞춰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명세기 세계적인 교향악단이라고 자부하는 모스크바 필하모닉이
이런 미숙함을 보이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여기까지 듣고는 그저 그런 연주를 들었다라고 평을 하고 싶었으나,
마지막으로 연주된 앵콜곡 3곡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차이코프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2막의 Pas de deux 음악,
백조의 호수 중 3막의 Csardas, Spanish dance 였는데
발레 반주곡이라 여러번 연습을 해왔던 곡이라서 그런지
흠잡을만한 것이 없는 연주,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차이코프스키 다운 그러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음악회였다.
7개월 뒤 모스크바에 가서 들어도 이러한 느낌이 들까?
아니면 이들이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서, 아니면
의정부 공연이라 지휘자가 달라져서 음악이 달라졌을까?
하긴 누구 말에 의하면, 모스크바 필하모닉도 이젠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모스크바에 더 잘하는 악단들이
널리고 널렸으니... 그리고 세계적으로 잘하는 악단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이제는
모스크바 필하모니 보다도 때론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