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았습니다.
좋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다시 이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말하나마나 환상입니다
말하나마나 환상입니다
장소도 좋았고,
연주도 좋았고,
앵콜도 3곡이나,
원로에게 넘 많은 앵콜 요청이었습니다.
지금의 정경화를 묘사하는 상투적인 말은 ''노(老) 거장''이 되었지만, 그 단어가 가진 존경스럽지만 어딘가 좀 고리타분한, 그냥 평생을 한 가지 일을 한 사람이 다시 한 번 늘상 해 오던 것을 다시 보여준다는 느낌은 이번 바흐 공연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정경화의 바흐 해석은 기존 자신의 해석과는 물론 지금까지 음반을 통해 접했던 다른 모든 연주가의 해석들과도 너무나 달라 신선하다 못해 거의 충격적이었다. 장중한 악장에서의 예의 집중력과 무게감은 더욱 정교해진 다이나믹 레인지로 디테일이 살아났고, 빠른 악장에서는 음표들을 폭포수 쏟아지듯 뿜어냈으며, 푸가처럼 구조적으로 복잡한 악장에서 들려준 의외의 자유로움은 거의 신기한 생각이 들 정도... 그러나 대성강이라는 장소의 특징이 가장 멋지게 드러난 부분은 역시 느린 악장들이었는데, 현을 깃털로 연주하듯 섬세하게 만들어낸 음들은 그대로 성당의 높다란 천정을 향해 가볍게 날아오르는 듯 했다.
''정경화가 언제적 정경화인데'', 혹은 ''바흐는 재미없어''라는 생각이 드는 이라면 이번 공연을 꼭 보시길 강권한다.
1. 공연장 - 명동성당 대성전
음향은 예상보다는 좋았습니다. 단, 지정석이 아니라 기둥에 서서 보는 사람도 있는 등 다소 산만한 느낌이 있었고요. 저는 R석이었지만 늦게 입장했던지라 지난 공연 후기에서 보이는 자리 배분이나 입장 지연 관련한 불만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2. 공연
처음 두 곡은 솔직히 말하면 ''예상보다는'' 별로였습니다. 음이 좀 뭉개진다고 할까, 제가 바하 무반주에서 기대한 날카로움과 정교함이 좀 떨어졌어요. 아무래도 정경화 씨가 연세가 있는데다 몇 년 동안 부상 때문에 연주를 쉰 것이 영향을 끼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별로였다는 것이지 전반적인 퀄리티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고요.
3번쨰 곡인 소나타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의 두 곡을 통해 연주가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세번째 곡의 특징 상 (보다 부드럽고 녹녹한 느낌의 멜로디) 기교보다는 감성이 더 필요한 탓인지, 아주 좋았고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세 번째 곡을 들으면서 성당 내 음향이 괜찮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구요. 앞의 두 곡을 들으면서 느꼈던 약간의 실망이 대만족으로 변했습니다.
정경화 씨도 자신의 연주에 만족하신 듯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며 하트도 두 번이나 그리시고 (ㅎㅎㅎ) 앵콜을 세 번이나 해 주셨는데, 세 곡 다 연주 모두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바하 무반주 바이올린 곡의 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공연이었습니다. 연주자의 감성이 개입하기 이전, 적절하게 배치된 음과 리듬의 고저와 장단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이랄까, 곡 자체의 매력에 새삼 빠지게 된 공연이었습니다.
***
사족을 붙이자면, 상당히 흡족한 공연이었기에 6월 4일 공연도 가고 싶어 귀가하자마자 표를 체크했는데 매진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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