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날, 혼자, 명동으로 뛰어가서 봤어요.
연륜있는 작가님과 연출님의 작품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간 기대하고 가긴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극작과 연출, 그리고 일반인이 일부 섞여 계시다는 배우들의 연기.
전에 작은 마누라, 작은 댁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쓴 수필집을 읽고
이런 내용으로
여자들의 얘기, 비단 여자뿐 아니라 우리네가 진짜 겪거나 들은 적 있는 삶에 대한 얘기를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아 저는 공연기획자에요^^: )
이번 공연을 보면서 '이미 만들어졌구나! 그것도, 이렇게 잘!'
내내 그런 생각을 했어요.
유서깊은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겨우내 진행됐다는 화술아카데미의 두번째 발표공연
인 줄 모르고 갔어요;; 극장에 도착해서야 알고 유심히 관람했는데
사실 경험과 지식이 아직 일천한 저로서는 근래에 거의 보지 못한 독특한 연기술이었어요.
그래서 다소 낯설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연기가 오히려
관객에게 일종의 소외효과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적이지 않고 이것이 연극이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겠지만
그러면서 극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고 절실하게 관찰하게 됐다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희망가'가 공연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어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곡인데요...
음악을 맡아주셨다는 삼일로 창고극장 대표님이 선곡하신 건지요.

단순한 무대와 소품이었지만, 극의 전개를 보여주기에 무리 없었고
배우분들의 연기 또한 인상깊었어요. (실제 나이를 추측할 수가 없어 궁금할 지경이었답니다ㅎ)
얌체같은 남편이 궁둥이 들던 모습, 큰 댁의 후덕하면서도 인고하는 모습,
작은 댁이 무덤 흙 다지던 모습, 어멈의 온몸을 던진 오열 등 오래 기억날 것 같아요.
많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습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창고극장 2층도 응접실처럼 아담하고 산뜻하게 꾸미셨던데
명동에서 제일 싸다는 커피 마시러 앞으로 종종 들러야겠네요~~
이 풍진 세상 계속되는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문화예술활동 계속해나가시는
삼일로 창고극장. 기운내셔서 봄과 같은 생명력 잃지 마시길 소망합니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