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웠던 무대도..배우분들 연기도 해설자라는 독특한 구성도 좋았어요

공연 내용이 탄탄하고, 연기력이 뛰어나
흡입력이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마지막날에서야 본 게 너무 아쉬울 정도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렸으면 좋았을텐데..ㅠㅠ
이렇게 멋진 연출과 연기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빠올리나 역할을 하신 여자배우님의 연기가 가슴을 울리더라고요.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죽음과 소녀> 아름다운 슈베르트의 협주곡을 제목으로 하는 이 작품은 복수와 용서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있다.
독재정권의 역사를 지난 칠레를 배경으로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고문을 당한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빠울리나, 변호사이자 인권위원회 대표인 남편 헤라르도, 그리고 빠울리나를 고문했던 의사 로베르또다.


차가 고장나 곤란을 겪던 헤라르도를 도와준 남자가 헤라르도와 함께 부부의 집을 방문한다.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빠울리나는 그가 자신의 고문을 주도했던 의사 로베르또임을 직감한다. 눈이 가려져 의사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의 목소리와 체취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자가 잠든 사이 그를 결박하고 총을 들이대며 죄를 심판하겠다며 자백을 강요한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잠에서 깨어나 보게 된 광경에 놀란 헤라르도는 빠울리나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세사람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이들의 관계를 조절하는 또 한 인물이 등장한다. 해설자다. 해설자는 마이크를 통해 지문을 읊고, 등장인물들간의 내적 갈등을 방백하기도 하며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처음 관객은 빠울리나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남자가 과거 그녀에게 폭력을 가한 가해자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데다, 왜 빠올리나는 사법적인 절차가 아닌 스스로의 심판에 저토록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의 초반에는 관객들은 남편 헤라르도의 입장에서 극을 따라가게 된다. 이러한 의문은 ''저 남자가 그 의사가 아니면 그때는 어떻게 할것이냐?''하는 물음에 대한 삐올리나의 대사를 통해 비로서 풀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지독하게 운이 나빴던 거지!''
객석에서는 작은 실소가 터지지만 빠울리나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담겨져 있는 중요한 대사다.

처음부터 그 남자가 의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정 알고 싶었던 것은 행복한 결혼생활에도 자신의 삶을 지배하던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두려움이 과거의 상처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고, 남자의 방문은 마침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나 빠울리나는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너무 병들어버려 진짜인지도 모를 남자를 붙잡고 있는 자신안의 괴물을 인식하게 되고 비로서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극의 마지막 순간. 빠올리나는 의사가 아닌 마이크를 향해 총을 겨눈다. 마이크. 그녀의 기억을 지배하는 목소리!
더 이상 알 수 없는 기억의 목소리에 숨지않고 ''나의 슈베르트를 되찾고 싶다.''는 자신의 의지를 실천해 &#50735;기기 위해 총을 겨눈다.
극은 그녀가 복수를 했는지, 용서를 했는지...말해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응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안의 두려움에 맛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배우의 감정선에 비해 무대는 미니멀의 극치를 보여준다.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 듯 무대를 가운데 두고 관객들이 마주보고 앉는다.
소품은 여섯 개의 흰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전부. 탁자는 장면마다 새롭게 배치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길게 늘어선 탁자의 양쪽 &#45009;에 앉은 인물들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마치 재판장을 연상시키 듯 반대편에 마주앉아 대치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암전이 아닌 조명을 비추어 화면을 전환하고, 마이크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 세명의 배우는 한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은 치밀함을 통해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개는 맹수다>에서도 느낀 것인데 양손프로젝트의 세 배우는 정말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참 잘하는 것 같다. 배우들간의 호흡도 정말 좋다. 다 두번의 작품으로 만난 것이지만 이렇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을 만나게 된 것은 관객에게는 참 행운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자주 만나 볼 수 있었으면 한다. ^^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하는 연극들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않네여.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내용과 혼신의 연기자가 어우러진 좋은 공연이었어요.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