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고전 작품 중에 하나였는데 조금은 어려울 수 있잖아요...

근데 그걸 새롭게 각색해서 내용 파악이 정말 쉽게 해주셨어요~

정말 쵝오의 공연이였어요^^

원작의 죄-참회-구원의 문제에 관한 탐구를 대화로 잘 구현해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등장인물의 내면을 떠다니는 공간의 결합과 찢어짐을 통해 역동적인 시각언로 표현한 것은 정말 뛰어났습니다. 연출가님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매우 돋보이더군요.
모두들 꼭 한번씩 보라고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데, 공연이 이재 없다는게 너무나 아쉽네요.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죄와 벌.
워낙 잘 알려진 고전이라 어떤 형식으로 무대에 올려질까 기대를 가지고 관람한 작품인데
무대 연출이 아주 독특합니다.

우선 한 공간에서 두명의 라스꼴리니꼬프로 시작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마치 거울을 보듯 같은 동작, 같은 대사를 하는 모습은 라스꼴리니꼬프과 그의 자아를 상징하는데.
실제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라스꼴리니꼬프와 그의 자아는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의 자아는 살인을 저지른 이후, 노파의 살인은 정당한 행동이라고 확신하던 라스꼴리니꼬프가 죄책감과 불안에 휩싸이면서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4개의 작은 무대들이 해체와 결합을 반복하며 그의 불안정한 심리는 표현합니다.

무대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극의 진행은 생각보다 역동적입니다.
그리고 한공간에 있으면서도 결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심리적인 거리감을 느껴지는 장면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다만 공간의 이동도 많은데 대사까지 너무 빠르고 많아 몇몇 장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좀 아쉬긴 합니다. 하지만 고전을 바탕으로 미니멀한 무대와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잘 어우러지는 무대였습니다.

내용이야 익히 아는 지라, 그리 크게 부담을 가지고 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원작이 지닌 철학적인 면때문에 자못 지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고.
하지만 기우였네요.

소품에 의한 장면전환이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약간 몰입에 방해가 될런 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훌륭하게 장면장면이 커버가 되었네요.
조명도 좋았습니다. 특히 십자가를 표현한 장면.
그 한가운데에서 라스콜리니코프와 소냐의 용서와 사랑에 관한 대화.
또 한 가지 진짜 좋았던 것은 전반 부분입니다.
두 명의 라스콜리니코프를 등장시켜 내면의 대립을 내보인 점입니다.
연출의 힘을 사지않을 수가 없네요.

공연내내 동선을 확보해야 하는 움직임과 소품배치에
배우분들이 무척 힘드었을 듯 합니다.
아! 음악도 빼놓을 수가 없네요.
그야말로 귀를 호강시키는 감미로우면서도 애절한 생음악으로 때려주니
공연의 완급을 잡는 데에 아주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관객에게 긴장을 한 템포 늦추게 하니, 편안했습니다.

배우분들, 연출, 음악, 그리고 스텝 여러분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책과같이.. 감동이 있어요.
책으로 몇번봐서 그런지... 내용을 다알아서 크게 감동은 없었지만
그래도 감동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