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도도 그렇고 진행도 그렇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타입이라서 더욱 더 재미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추후 앵콜 공연이 열린다면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습니다.

그림속으로 들어간 소녀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위안부다.
위안부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무관심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본 공연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에 대해서, 현재 진행중인 책임공방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동기를 갖게 될 수 있었다.
공연 주최자와 모든 연주자, 공연자들은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위안부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메시지는 분명 전쟁이라는 부조리 안에서 위안부라는 전쟁범죄가 일어났고, 피해자가 남아있는 지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위안부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던 당시 한국에서 2만여명의 소녀들을 강제로 징발하여 군에 성적 보상을 주기 위해 설치되었다. 종군 위안부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소녀들이 꿈을 잃고 희생당한 채로 인권을 유린당했다. ''누가 누구를 위안하고 누가 누구를 따라갔다는 말인가?''하는 스크린의 자막이 머리에 생생히 남는다.

이미 수많은 문건이 증명하듯, 그리고 당시 일본의 군인이었던 사람들의 양심있는 목소리가 증명하듯 위안부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인권침해였다는 점이 명백하다. 이것은 단지 한국인들만, 민족주의적인 감정으로 당시의 시민들이 식민지 시절 얼마나 많은 인권을 유린당했는가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총리나 호주와 유럽을 비롯한 각계의 사람들이 위안부는 일본 군대에 의해 주도되었고 전쟁범죄의 일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보아도, 사람이라면 이렇게 인권을 유린당한 상황에 유감을 느낄 것이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만약에 일어났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 양국간의 관계나 민족주의를 초월한 인권피해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안부로 동원된 사람 중에서 임신한 사람이나 만삭인 사람은 모아서 총살을 하고,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도 위안부들은 무참히 총살 당했다.
마치 재화처럼 사람을 사용하고 필요없게 되면 살인을하게 되는 이 절망적인 기억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했던 소녀들은 이제 59명이 남아있다.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전쟁범죄에 대해서 정의롭게 책임을 지는 일이고,
이 공연에서는 바로 그과정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아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음악 자체도 훌륭하고, 거대한 프로젝터로 보여지는 영상과 어우러지는 공연이 짜임새 있고, 감동을 주었다. 특히 다섯명의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장송곡과 비슷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붉은 한복을 입은 여성이 현대무용과 비슷한 움직임으로 무대를 채우던 것이 기억이 난다. 무용자는 검은 비단천을 가지고 마치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가는듯, 그리고 답답함과 절망감으로 온몸이 저리는 듯한 강렬하고도 슬픈 몸짓을 보여주었다. 영상이 제시하는 맥락 안에서 위안부로 동원된 시절 소녀들이 겪었던 아픔이 전달이 되는 것 같아서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왔다.

아마도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도 이 음악과 이 이야기를 잊지 않을 것이며, 그것으로 이 공연의 역할은 충분하다. 더많은 사람들이 군위안부라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 그리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인권침해라는 점을 알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하루 공연이었지만 다른 공연도 기획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정성있고도 슬프게 아름다운 이 공연에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용, 연주, 퍼포먼스, 영상 모두 최고였다 !!!

연말이라서 들떠있는 마음을 다시 잡아주었던 공연인것같습니다.

무엇보다 무용공연과 혼을 달래줬던 굿음악도 좋았구요....

너무 상업적이거나 자극적인 스토리에서 지긋지긋했던 참에

잊으면 절대 안되지만 잊고있던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시 제대로 풀어주어서 좋았습니다.

좋은공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