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같은 거야. 아마추어 교사 연극에서 스케일이 웅장하고 짜임새도 탄탄한 CGV 영화를 기대하면 곤란해.”
교사연극단 ‘푸른숲’의 11회 정기공연 작품 <개미>를 보러가기 전, 함께 보러갈 동료 선생님들에게 피시식, 김 빼는 소리를 한 것은, 전문 프로극단의 연극에 익숙한 선생님 관객들이 혹여 선생님 배우들의 연극에 실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혼자 걱정에서 놓은, 사전 예방주사였습니다.
사실, 연극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배팅한 전문 연극인과 단지 연극이 좋아 비생계 수단으로 무대에 오르는 선생님들을 비교하는 것은, 프로축구팀과 조기축구팀의 경기력을 따지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일이겠으나 그러나 연극에 대한 애정과 열정만을 놓고 본다면 교사극단 ‘푸른숲’의 선생님들도 전문 배우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미> 공연 관람 후 가진, 우리 일행끼리의 뒤풀이 자리에서, 노트북 앞에 앉은 은진이가 졸라맨 풍의 개미 그림 화면을 일일이 설명할 때에 노트북에 대사를 띄워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음에도 그 긴 대사를 모두 외워서 설명하는 모습에 함께 간 선생님들 모두가 이구동성 감탄했음은 하나의 예입니다.
그건, 연극에 대한 애정과 예의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외에도 선생님들은 저마다
‘마당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맨 마지막의 장면이 주먹 쥐고 구호 외치는 모습으로 끝났으면 영락없는 마당극이다’
‘대사가 너무 설명적이고 내용이 교훈적인 것은 교육극단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것 같다’
‘스크린의 개미 그림으로 단조로운 흐름에 변화를 준 것은 참 좋아 보인다’
‘동떨어진 공간에서 부모님들끼리, 형제들끼리 나누는 이원방송대사가 마치 부모와 자식이 같은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짐은 매우 뛰어난 연출이다’
등등의 촌평을 했습니다.
그 품평에 공감을 하면서 제가 덧이은 생각 조각 두 장은, ‘개미의 생태적 특성과 우리 인간들의 삶을 참 교묘하게 짜맞추어 표현하였다’는 것과 ‘인간사회에서만큼은 ’노예개미‘가 없도록, 그리하여 최대한의 평등사회가 이루어지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자기 다짐과 반성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연극을 본 어제(1월 26일)는 평택과 울산으로 희망버스가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연극 관람 약속이 먼저 잡힌 까닭에 희망버스에 오르지 못한 것이 다소 마음에 걸렸는데 이 칼바람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고공 철탑에서 100일 넘게 농성하는 우리 사회의 저 ‘노예개미’들을 정상적인 ‘일개미’로 되돌려 놓아야 함을 어제 연극에서도 뜻밖에 확인할 수 있어서 공연장을 나서는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시간 반의 공연이 빨리 지나갔습니다.
재미있고 인상적인 작품을 올려주신 극단 ‘푸른숲’ 선생님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공연해 준 학생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극단 ‘푸른숲’이 한층 더 푸르고 울창하기를 기원하고 그리고... 그리고.... 다음 공연을 벌써 기대합니다.

기회가 있어 교사들이 주체가 된 교육극단 ‘푸른 숲’에서 하는 연극 개미를 게릴라 극장에서 보았다. 영하 10도의 혹독한 날씨를 무릅쓰고 찾아간 보람이 넘치고도 남았다.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다. 기대를 조금 하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근사했다!
먼저 가장 크게 언급해야할 것은 대본의 훌륭함. 지난 번 본 극단에서 공연한 ‘개순이’도 참 좋게 봤지만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작품이었다. 이번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고 앞으로 계속 앙코르 공연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혹시라도 가능하면 기성 프로 극단과 합동으로 공연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였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춘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핍진한 묘사에서 비롯되는 시니컬한 풍자는 정말 일품이다. 특히 교육현장에 대한 실감나는 우려와 청년실업문제, 정리해고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이야기들이다. 결혼과 출산&nbsp;문제도 있고 기러기 가족 문제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스토리 속에 녹아들게 한 것은 작가의 대단한 솜씨였다. 특히 혜진 아버지를 설명하는 감동적인이야기는 절로 가슴이 먹먹하게 만들었다. 또한 개연성 있는 스토리 전개 때문에 하나하나 캐릭터들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nbsp;하지만 이 극본의 가장 큰 장점을 들라 하면 단연 개미의 등장이다. 긴박한 스토리의 호흡을 잠시 진정시키는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도 곁들이면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의 도입으로 극의 흥미도 배가 시켰다. 또한 조금 애매하게 여겨진 드라마의 주제를 보충 설명하는 데도 아주 효과적인 기법 같았다. &nbsp;
굳이 흠을 잡는다면 독백장면들의 대사가 너무 길어 극의 긴장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고 주제가 조금 모호하게 느껴졌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혜진과 창영의 화해 장면을 보면서 ‘남들처럼’ 이라고 부르짖는 주인공이 안타까우면서도 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그냥 방치하자는 것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개미가 제 각각의 역할에 충실한 것처럼
우리 인간들도 각자의 길을 가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창영은 창영대로 김팀장의 길을 가고 혜진은 혜진 대로 박 교수와 비슷한 길을 가면서 서로 원망은 하지 말고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자는 것 같은데 좋게 해석하면 우리도 개미처럼 각자의 갈 길을 열심히 가다보면 평화로운 세계가 온다는 것이지만(노자의 세계관?) 극중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개미가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 8천만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제멋대로 방치된 우리 인간은 어쩌면 그전에 공멸의 길을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nbsp; 극본뿐만 아니라 연출도 지금까지 본 ‘푸른 숲’ 극단의 모든 공연가운데서도 가장 발군이다. 특히 무대의 공간분할 처리를 아주 잘 해서 장면 전환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또한 혜진 어머니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 것도&nbsp;매우 효과적인 좋은 발상이었다. 시골서 올라온 공순이로 아주 잘 어울려서 쉽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크린을 이용해서 개미사회를 보여준 것이 가장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만화로 표현된 개미 모습들이 매우 귀여웠는데 함께 구경하신 생물선생님 말씀이 극중에 설명된 개미의 묘사가 매우 치밀하고 과학적이라 해서 더욱 놀랐다.
&nbsp;마지막으로 극본이나 연출에 비해서는 좀 평범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대체로 진지하고 성실했다. 그중 학생 역할들이 비교적 생기발랄했고 두드러진 연기는 청소부와 김팀장이었다.
모든 여건이 미흡하고 부족했을 교사들이 이렇게 열의와 아이디어를 모아 이처럼 훌륭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거듭 경의와 축하를 보낸다. 바라기는 이런 좋은 공연은 앙코르 공연이라도 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함께 즐기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꼭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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