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사라진 계절" (작:신은수 연출:신동인 출연:장용철, 장성익, 송현서, 임형택, 김준태, 오현우, 박소정, 주재희 주최:극단 작은신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자 과거로 갔지만 어쩔수 없이 권력에 순응해버린 이재명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어렵다.

일단 탄탄한 짜임새와 배우들의 호연 덕에 지루할 틈이 없는
완성도 높은 연극입니다.

무엇보다 역사에 대해 ''덮어놓고'' 비난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꺼리를 던져줍니다.

이 이야기는 2000년대 현대 사회에 사는 어떤 젊은이가
역사를 바꾸기 위해 100년 전 과거, 한일 합병 직전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됩니다.

흔히 이런 잡담을 주고받습니다. ''내가 그 때로 간다면 독립 투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솔직히 말해서 친일을 하지 않을까?''

불편하지만 마주쳐야 할 사실에 대해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놉시스에서 볼 수 있듯, 이 연극은 매국노의 아이콘인 이완용과 그를 칼로 찔러 암살기도를 했던 이재명에 대한 이야기로, 허구가 섞여 있는 팩션입니다.

1909년 3월 어느 비오는 날 밤, 이재명이 이완용의 집에 찾아 오면서 극이 시작합니다. 이재명은 이인직의 소개로 이완용의 딸 소화의 가정교사로 왔다며, 집에 머물기를 청합니다.

이재명이 100년 후의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는 설정이 독특합니다. 과거의 실존 인물을 대체하면서 과거로 올 수 있다는 점이 말이지요. 또 이완용을 대신해 죽은 인력거꾼을 경호원으로 한 설정도 인상적입니다. 무튼 이재명은 이완용의 삶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하고, 승낙을 받아냅니다.

이재명은 이미 알고 있던 과거의 사건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서서히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이재명이라는 인물은 1909년 12월에 이완용을 죽이지 못하고 결국 1910년에 교수형에 처해지고 마니까요. 그러면서 이재명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이 긴장감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당대의 사회의 모습과 그 속에서 주어지는 선택에 대한 인간의 고뇌가 두드러집니다.

연극 포스터에 미키마우스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연극을 보다 보니 그것은 나름 중요한 장치더군요. 재명에게 미래와 연결되어 있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 혹은 ''''''''희망고문의 도구''''''''입니다. 아니면 세상은 나 하나가 없어도 계속 돌아간다는 스스로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에 잠식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가리키고 있기도 하고요. 이인직의 대사에서도 문화에 의한 지배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지배를 가능키 위해선 의식을 지배해야만 하는데, 그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문화란 것일 겝니다."

또한 중간에 이완용과 이인직의 대사에서 등장하는 우생학적인 논리는 섬뜩합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적 수단으로써도 쓰였었죠. 이 논리에 따르면, 조선인은 원래 종의 특성이 그렇다는 겁니다. 서로 싸우고, 강대국에 빌붙어 살아가는 그런.

결말의 씁쓸함은 알 수 없는 분노를 자아냅니다. 친일파의 뻔뻔한 자기합리화와 그것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권력의 공고함 앞에 무력감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봄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송병준이 유머러스한 인물로 그려져서 웃음지으며 볼 수 있었습니다. 소화의 이재명에의 연정과 이인직의 임부인에의 관심, 엄귀인의 속물적인 모습이 극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정치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사회가 광복 이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잘못과 아직도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 무심함을 환기시켜준다는 점을 더 주목하고 싶습니다.

다만, 긴 러닝타임으로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좀 더 간결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봄을 다시 찾기를 바랍니다.

덧. 공연 볼 때 뒤에서 과자 먹는 사람들이 있던데, 시작 전 음식물 섭취 불가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친일'', ''매국'' 이라는 민감한 소재 선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아, 이거 조금 위험하겠다'' 싶었는데
역시 좀 위험했던 연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를 나타내기에
너무 위험한 시도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정말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런 표현방법을 쓰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 힘들고 껄끄러운 극에도
최선을 다해 연기해준 배우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연극을 계기로
조금 더 역사를 바로 알고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라진 들에도 봄은 꼭 오게 말이지요.

올해 중학교 올라가는 딸과 연극을 고르다가
진진한 내용의 공연이 보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염쟁이 유씨 공연을 재밌게 본 터라 임형택(이완용 역)님의
연기가 기대되기도 했구요.

과거로 간 이재명이 과거를 되돌리지 않고 현실과 타협해서
또다른 인물로 친일하며 살게되고
중간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만 똑똑하고 현명하다면 당연히
적응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이인직의 말에 제 딸이 하는말이
''그럼 어떡해 미래로 갈수도 없는데 이완용 죽이면 자기도 죽을텐데
너무 어렵다'' 합니다.
안그래도 간송 전형필선생 책을 사 주었는데 다 읽고
자기는 이렇게 못 살것 같다고 하는데 애국이냐 친일이냐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때
개인주의 성향이 너무 강해져서 일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암튼 나부터 바뀌어야 전체가 바뀔것입니다.
이인직의 쓰레기장에 비유한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현우님의 얼굴은 왠지 코믹해 보이고
김준태님이 자꾸 뭔가를 먹는듯 보여 우리끼리 자꾸 뭐 먹는다며 키득웃었습니다.
이인직님이 누구 닮았다 했더니 닮은 사람은 바로바로 링컨 이였습니다. ㅋㅋ

다른분들 다 진지하게 진지하게 연기하셔서 오랜만에
캐릭터 있는 연극을 본것 같아 좋았구요.
해석은 개인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