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너무 난해한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문화를 알아야할것 같았고
죽음이라는게 물리적인것이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리고 가족의 구성원인 개인은 어쩜 자신의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같았고 지레 자신의 판단으로 사는..
그럴것이라는 넘겨짚는..
암튼 참 어려운 공연이었네요..

"단지 세상의 끝" (작:장_뤽 라갸르스 연출:까띠 라뺑 출연:지영란, 김은석, 강일, 김혜영, 박묘경 주최:극단 프랑코포니 극장:국립극장 별오름 별점:★★☆☆☆) 프랑스어권 희곡의 작품을 소개하는 극단 프랑코포니의 7번째 공연이다. 극장 입구부터 철길을 깔아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십년전에 집을 떠난 루이가 불치병으로 죽음이 다가오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서 이루어지는 가족들간의 얘기이다.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과 긴 독백이 지루함을 주었다.

시놉시스는 간단합니다. 그런데 메시지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구조는 프롤로그-1부-막간극-2부-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독백이나 독백에 가까운 대사들로 채워집니다. 특히 루이와 쉬잔느, 루이와 어머니, 루이와 앙투완느만 등장하는 씬에서는 다른 인물들은 길게 얘기하는 반면에 루이가 거의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독백인 것처럼 보입니다. 막간극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작도 없고, 순수하게 말로 채워지면서 ''말'' 또는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독특한 무대입니다. 무대 주변에는 철길이 깔려져 있고, 이는 무대를 들어오는 곳까지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또한 하늘이 프린트되어 있는 배경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여행객''의 삶을 살고 있는 루이를 나타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극이 진행이 되면서 조명의 위치에 따라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등의 효과가 드러나서 극의 분위기가 살아 났고, 더욱 몰입을 하게끔 해 주는 무대였습니다.
불어자막이 왼쪽에 계속 나오는 것도 이색적입니다.

또 음악을 이야기 안할 수가 없군요. 기본적으로 BGM이 티나게 깔리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소리''라고 인식되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가 뭉개지는(?) 효과를 주면서 극 중 상황을 잘 전달해 주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북을 보니 ''디스토션 기타''라고 하는데 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집안의 장남인 루이가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집에 돌아오면서 극이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 또 자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말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동생인 앙투완느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아 까트린느와는 초면인 상태로 상당히 어색한 만남을 가집니다.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사는 곳도 알리지 않은 채로 살아 온 루이에게 가족들은 원망과 비난도 갖고 있지만 약간의 기대와 애정도 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말에서 등장하는, 모두 모여 피크닉을 가곤 했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은연중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쉬잔느가 어렸을 때 루이가 집을 떠났기 때문에 루이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쉬잔느가 거의 혼자 이어가는 말에서 루이는 이 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글을 쓰는 지식인, 이 가족보다 수준이 높은 사람일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부족한 것은 없지만 뭔가 결핍을 느끼고 있고, 이 곳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음을 은연 중에 드러내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루이를 아끼고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 곳에 융화되지 않는 루이를 잘 알기에 떠나는 것을 붙잡지 않습니다. 단지 오래 전 가족의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그래서 루이가 어머니와 함께 있는 씬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장의 마지막과 2장의 2,3장에서 토해내듯 말하는 앙투완느는 인상적인 캐릭터입니다. 사실, 거의 말이 없는 인물이지만 이 부분을 통해 루이가 떠난 후로 져야 했던 가족에 대한 책임감, 그에 따른 원망, 형은 글을 쓰는 지식인인데 반해 자신은 공장 노동자라는 열등감, 루이가 돌아올 경우 자리를 뺐기는 것 같은 심정, 그러면서도 드러나는 루이에 대한 애정... 아주 복합적인 앙투완느의 감정이 드러납니다.
또한 특이했던 점은 앙투완느의 말을 들었던 시점부터 떠나기 전까지 루이는 목을 감고 있던 머플러를 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제까지 자신의 짐을 일부 맡아 준 동생이었기에 자신의 새로운 짐-죽음-을 나눌 수 있을 거란 가벼움이 드러난 장면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에필로그에서의 루이의 ''지르지 못한 외침''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은 루이가 ''단지 세상의 끝''인 ''죽음''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진행되는 내내 어떻게 보면 공격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하지만 말로 여러 오해와 갈등이 생기지만, 그것을 봉합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소통인 것 같다는 사실을 루이가 철길을 따라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되새기게 됩니다.

프랑스 원작인데 우리나라와 정서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대사가 조금씩 바뀌며 길게 이어지는데, 배우분들의 대사 처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