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기대하지 않은 공연입니다.
하지만, 연기도 좋고, 묵직함과 신선함, 그리고 가벼움이 너무 좋았습니다.
배우는 역시 연기를 잘해야한다는 법칙이 통하는 작품이었던거 같아요.


장정일님의 특유의 느낌을 주는 공연이었지만, 역시.. 뒷부분은 어렵네요..
권력에 대한 거세가 여성성으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는.. 제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요..
그 부분은.. 좀 생각 좀 해봐야할 듯 해요..

김재엽 연출님의 특유의 신선함도 느낄 수 있어서, 자칫 무겁고 침울한 주제가
가볍지만, 그 진지함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단 몇 줄의 사료를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창작된 글.
그 힘이 픽션과 논픽션을 줄타기 하듯....
한 번 더 보고 싶다.

필자가 올해 상반기 본 연극 중 가장 괜찮은 연극이였다는 생각이다. 사마천의 사기 중 진시황제의 에피소드를, 역사극이라기보다 상징적 우화로 해석한 연극은 사마천의 사기라는 무거운 원작을 무겁지 않게 다가갔다.

원작은 장정일의 분신같은 작가의 순수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도대체 왜 진시황제는 자신의 태자를 죽여야만 했을까? 아무리 포악한 왕이라고 소문이 난 진시황제지만 과연 자신의 아들을 쉽게 죽일 수 있었는가란 기본적 질문으로 시작된 연극은 진행되면서 점차 권력투쟁의 욕망과 그러한 욕망을 혐오하는 순수한 주인공이라는 두 개의 대립항으로 이어진다.
연극이 성공한 요인들로, 원작(사마천의 사기를 포함)주제의 탄탄함, 연출의 노련함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라고 말할 수 있다.

첫째로 김재엽 연출가의 젊은 감각과 노련함의 균형이 돋보였다. 원작의 주제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연극 전체가 지나치게 ‘중국적’이거나 혹은 권력투쟁의 본질해부라는 원주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다루지 않도록 의도된 가벼움들이 곳곳에 발견된다. 가령 왕의 걸음걸이는 중국왕의 행차같이 보이면서도 동시에 블랙 코메디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엉뚱한 웃음을 유발시킨다든지, 중간중간의 배우들의 연기는 즉흥적이면서도 자유스로운 연출의 휘하에서 발견된 살아있음으로 넘쳐난다. 특히 배우들의 개인적 유머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유도한 흔적이 곳곳에 엿보였다. 좋은 배우의 자질 중 하나가 유머감각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유머감각을 이끌어내는 연출의 능력은 탁월해 보였다.

두 번째, 원작희곡의 탄탄함이다. 번역극이 중심을 이루는 한국연극계를 비판할 수 없는 이유도 막상 탄탄한 창작희곡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지만, 무거운 주제를 현대적인 유희극의 하나로 끌고나가는 장정일의 탁월한 글 솜씨는 연극 밑바탕의 든든한 힘이 되준 것 같았다. 원작의 탄탄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 연극이였다.

세 번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소극장의 연기임에도, 대극장에도 지지 않겠다는 듯한 발성의 배우들은 좋은 배우들을 배출해 낸 실험극단의 트레이드 마크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듯 보였다.

또한 소극장에서의 사극연기라는, 자칫 KBS 역사극 드라마의 패러디 잔치(?)가 되기 쉬운, 형식적 스타일의 연기를 소화함에 있어서 배우들은 나름대로 신선한 사실감을 잃지 않고 연기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중견배우 이영석씨와 차유경씨의 연기도 탁월했고,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였다.

진시황 역의 이영진씨의 연기는 실제 진시황을 보는 듯(?)한 신체적 조건 못지 않게 연기력을 보여줬고, 작가역 송흥진씨도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로 손색이 없었다.

신안진씨는 독특한 유머의 캐릭터를 보여주었고 반상윤씨 역시 호연을 보여주었다.

박초롱씨의 경우 신선한 연기뿐 아니라 역과 어울리는 용모와 자태로, 실제 귀신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지경이였고 결론적으로 배우들 전부 차기작이 기대되는 수준의 호연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단점이라기보다 필자 개인이 연극을 보면서도 아쉬었던 점은 다양한 시각에 대한 아쉬움이였다. 보는 내내 필자 개인의 상념의 수준이였다. ‘과연 진시황제가 그렇게 나쁜 황제였을까?’ ‘당시의 윤리관과 지금의 가치관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과연 부소는 천상에서의 해탈을 꿈꿨을까?' 물론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별도로 인간의 보편적 드라마를 만들려는 원작의 작가나 연출의 의도를 인지하고 있음에도,이러한 질문은 공연을 보는 내내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나만의 엉뚱한 상상들을 도발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연극은 가치를 충분히 발휘했다고 생각된다.

무대 장치에 있어서도 깔끔하면서도 상징적인 분위기를 잊지 않았으며, 조명이나 사운드 등역시 무난했다.

진지한 원작, 진지한 연극, 진지한 연기를 기대하는 연극 관객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연극이다.

http://blog.naver.com/suhoi6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연출도 정말 훌륭했고, 전반적으로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잘 풀어낸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또 보고 싶다..^^

다른사람에게는 몰라도 나에겐 그다지 와닫는 내용은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