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의 모습과 지휘자로서의 모습 둘다 볼수잇어 너무 좋았던 공연. 특히 슈베르트와 파가니니 곡의 비올라 솔로는 카리스마 작렬이었다. 거기에 요즘 핫한 손열음과의 협연은 환상적이었음! 러시아식 앵콜까지 너무 좋았던 콘서트! 자리가 멀어 비올라 소리가 좀 작았던게 안타깝지만 또 온다면 100% 가야할 콘서트!!

손열음의 바흐 피아노 콘체르토 1번 작품번호 1052는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바흐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리 저리 방황하며 헤매고 다녔다. 그녀는 매우 긴장한 듯했으며 음악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따라서 손열음이 주인이 되어 곡을 이끌지 못한채 오히려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에 끌려다니며 연주하는 바람에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인상마저 받았다. 바흐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나가기에는 그녀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그렇게 기대했던 내가 좋아하는 유리 바슈메트의 비올라는 끽끽대는 소리와 따라주지 않는 몸사위로 유명한 슈베르트와 파가니니의 곡들을 거의 뭉갰는데 그나마 슈베르트곡이 나았다. 그럼에도 놀라웠던 점은 그와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의 호흡이었다. 바슈메트의 육체적 노화로 비올라의 소리는 엉망이었을지언정 그는 비올라의 거장답게 음악을 전체적으로 읽고 이끄는 능력은 탁월했는데 바로 그렇게 연주 멤버들을 움직였다. 그들의 호흡은 가히 꿀벌이나 개미의 세계에서나 볼수 있는 인정사정없는 일사불란함 그 자체였다. 이러한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곡이 바로 대미를 장식한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였다. 특히 나는 이 곡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었는데 역시나 바슈메트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바슈메트의 해석은 굉장히 웅장하고 장엄했으며 약간은 천박해보일 정도로까지 화려하고 현란했다. 그의 해석이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는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연주만큼은 훌륭했다. 가끔 음악에 잔뜩 취해 흥분한 수석 바이올린 주자가 성급하게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었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혹시 그가 했던 해석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차이코프스키''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연주 내내 그들이 진정으로 그들의 선배인 차이코프스키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애정의 깊이는 소름끼칠 정도였다. 차이코프스키의 취향은 원래 좀 웅장하고 과장되고 화려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연주는 나의 경우에는 처음으로 접한 경험이었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집중한 나머지 공연이 막을 내리자 온 몸에 힘이 없고 갑자기 엄청난 피로가 엄습해왔다. 관객이 이 정도라면 무대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어떨까? 무대와 관객이 모두 흥분한 이 공연으로 인해 나는 당분간 이 공연의 기억에 취해 생활할 것임이 확실하다.

생각했던 비올라 음은 좀 듣지 못했지만...
지휘도 훌륭하시고, 센스와 기교의 발휘가 보기 좋았어요.

비올라 연주때, 집중력이 역시....
더 멋져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