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오르간이란 악기 자체도 크고 그 소리도 거대해서 마치 본당 안에 커다란 소리동물이 들어선 느낌이었다.

경동교회도 처음이었고 바흐페스티벌도 처음

멋진 시간이었다.



경동교회는 기대 이상의 공간이었다. 김수근 건축가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교회이면서, 도심에 지어진 수도원 같은 공간이라는 평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말려들어가는 듯한 계단은 도시와 일상을 벗어나 교회라는 성스런 공간으로 들어서기 위한 여정으로 기획된 것이라 들은 기억도 있었다. 그 계단을 밟고 올라가려니 반갑고도 역사적인 공간에 직접 발 디딘 감동이 있었다.



소리가 사그라들고 교회로 들어가는 길. 결코 크지 않지만 육중한 느낌의 외관은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들었다. 당시에는 기도하는 손보다는 상상의 바벨탑을 그린 그림들을 연상케 했다. 본당에 들어가고서야 기대 이상의 경험을 맛 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의 공간, 상상 이상의 형태였다. 어느 쪽에서 보는지에 따라 모두 다른 내부였다. 숨은 공간도 많고 마치 예술 조형물 안에 들어온 듯 기괴하고 아름다운 내벽 모양과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건축물이었다.



이 안에 거대한 오르간이 들어와 있고 오르간은 크기만큼이나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귀로 듣고 가슴을 울리며 듣는 오르간 연주가 - 음악 지식이 없다보니 - 어떤 구분 없이 들려와, 내 귀에는 뵘이고 바흐고 샤이데만이고 오르간 연주곡을 만든 사람들의 특색은 알 수 없고 오로지 파이프 오르간이라는 이색적인 악기의 소리와 기교만이 인상적일 뿐이었다. 한껏 어깨 올릴 법한 연주를 듣고, 마지막으로 오르간 건반 위에 있는 별이 촤르르 소리를 내며 돌자 모든 연주는 끝났다. 나랑은 광년 단위로 먼 음악이고 사람이었지만 연주를 마치고 우리들 앞에 서서 박수를 받고 경동교회의 오르간을 향해 박수를 돌리는 귀여운 표정의 연주자는 그 마지막 순간에서야 문외한을 미소 짓게 했다.



미소는 어린 연주자에게, 나의 박수는 오르간에게 바쳤다.

멋진 시간과 공간, 만남이었다.



***

오르간 연주자 요하네스 랑 Johannes Lang

1989년 독일 출생. 16세 나이로 프라이부르크 암악 대학 영재 아카데미에서 대학 이전 과정을 이수.

2011년 뮌헨 국제 ARD 콩쿠르에서 청중상

2012년 라프치히 바흐 콩쿠르에서 우승

독일 연방 장학금과 독일 음악 재단 회원

실제로 들으니까 더 화려하고 신기함...

근데 앵콜 전에 뭔가 코멘트를 하셨는데...

통역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