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는 내가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접한 소설이다. 괜시리 이 소설을 읽는 것 혹은 소유는 것 자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나에게 걸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여타의 주변 친구들과 나를 구별하여 내가 그들의 우위에 서는 것 같은 자만심을 자아냈다. 그래서 나는 문제집 첫머리에 소설의 제목을 자랑스럽게 적어놓고 다녔다. 치기 어린 그때의 나의 행동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붉어진다. 박완서의 소설 <그 여자네 집>의 남자 주인공 만득이가 지적 허영심으로 번역시집을 가방에 넣지 않고 일부로 한쪽 팔에 끼고 다니는 것과 같은 행동이렷다.

"좋은 책은 독자와 함께 성장한다." 어릴 적 읽었던 세계 명작을 다시 어른이 되어 읽으니,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세월에 흐름에 따라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속 인물의 삶의 형상은 시시각각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떤 날의 나는 매순간 삶의 소용돌이 속으로 자신의 삶을 과감하게 밀어넣어 버리는 ''니나''가 되어 보고 싶기도 하고, ''슈타인''과 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고백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소극적인 삶을 살고 있거나 ''니나의 언니''와 같이 그냥 현실에 안주하면서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어쩌면 그 이유는 우리 삶이 한 지점에 마냥 정지되어 있지 않고,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전제로 한 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던 <생의 한가운데>를 연극으로 공연한다는 이야기에 대학로로 그것을 보러갔다. 지금까지 내가 본 연극들은 로코(로맨틱 코미디)가 대부분이다.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연극을 보러 가기 전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온종일 계속 들떠 있었다. 고등학교 베프인 친구와 연극이 상영하기 1시간 전에 공연장에 일찍 도착해서 티켓을 발부받고 연극이 상연되기만을 계단에서 쭈그려 앉아서 기다렸다. 드디어 공연장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무대 한가운데에 자그만한 탁자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위 스탠드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스탠드 옆으로 타자기가 놓여 있었다. 아마도 니나의 직업과 작품의 전반전인 분위기를 암시하기 위해 연출된 소품일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연극의 시작은 소설의 서두와 같이 "자매들은 서로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가 일쑤다."라며 여배우의 대사로 시작한다. 제인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첫문장은 “재산이 많은 독신남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진리다.”라고 시작하는데, 궁금증을 유발하여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끌어들인다. <생의 한가운데>와 <오만과 편견> 모두 첫문장에 상당한 인팩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첫문장을 여배우의 고즈넉한 목소리를 통해 들으니 그 느낌이 색달랐다.

[리을미음]이라는 극단에서 상연하는 <생의 한가운데>는 이번이 초연이라고 한다. 그 초연을 내가 보았다. 뭔가 운명적인 만남이 아닌가하고 자문해본다. 요즘 유행하는 ''''''''평행이론''''''''이라는 말로 나의 기쁜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연극은 3명의 여배우가 연기한다. 어린 니나를 연기하는 배우와 어른 니나를 연기는 배우 그리고 슈타인과 니나의 언니를 동시에 연기하는 배우 이렇게 3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니나의 언니와 남자주인공인 슈타인을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참으로 많은 노력을 쏟아겠구나 싶어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혹여 이 소설을 제대로 읽지 않고 공연장에 온 관객이 있다면 니나의 언니가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 혼자 속으로 웃어 보았다. 한 명의 배우가 남성과 여성 둘 다를 연기하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한다. 그런데 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여배우의 몸짓을 보면 된다. 여배우가 슈타인을 연기할 때는 매번 길게 입은 치마 사이로 다리를 벌려 남자들이 앉을 때의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그녀는 슈타인이 되어 그의 몸짓과 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연극의 초입부에서는 1인 2역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니나 언니 역할을 맡은 여배우의 목소리가 뒷쪽 관람석에 앉은 나에게 유난히 작게 들려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흐를 수록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자신감이 붙으며 커져서 대사도 잘 전달되었고 연기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인상깊은 것은 어른 니나 역할을 맡는 여배우의 연기와 성량이었다. 눈빛 연기도 좋았고 대사전달력도 좋았다. 발음이 정확하여 대사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리을미음]에서 상연한 <생의 한가운데> 연극 관람평을 말하자면 나는 괜찮은 연극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단지 조금 아쉬운 점은 의상이다. 내가 알기로 이 연극의 주인공 니나 붓슈만이 살던 시대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기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 니나 역할을 맡은 배우의 의상이 너무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살짝 타이트한 바지를 입어서 연극을 보면서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소설을 읽으면서 니나는 분명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상상해왔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처럼 니나는 선과 악의 공존에서 고뇌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 세계와 투쟁을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마른 체형에 예민한 성격을 가진 여인이라 생각해왔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타지와 현실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갭으로 인한 연극에 대한 지적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결국 해본 생각은 ''''''''다음 번 공연 때 니나와 니나의 언니 연기를 하시는 분의 배역을 서로 교체해보면 어떨까''''''''이다.

그리고 이 연극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기에 <생의 한가운데> 책에 나타난 시대적 배경을 잘 반영한 의상을 연극배우들이 착용하여 다시 재정비하여 상연한다면 관객들의 극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고 공연 관련 스텝분들도 관객들에게 무척 친절했다. 그분의 친절함에 집으로 돌아오는 친구와 나의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그리고 연극배우를 포함해 연극 관련 관계자분들의 뜨거운 열정이 엿보여서 [리을미음] 극단이 앞으로 더욱 더 일취월장할 것이라 기대해본다.

지인의 추천으로 특별한 기대를 가지지 않고 접하게 되었던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라는 작품은 평소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 고민하던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한 소설 원작을 미리 읽었던 저로서는
이번 공연이전에 이 작품을 어떻게 연극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딱히 연극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나오기 힘들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소설속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마음을 울리던 대사들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가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공연날이 다가왔고, 공연장에 들어가자 시작하기 이전부터 작지만 짜임새 있게 꾸며진 무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빈티지한 느낌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독백으로 공연은 시작되었고,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들은 기대했던 모습보다 더 몰입도있게 제가 알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인 ''니나''의 모습은 제가 기대하던 것보다 더 생동감있게 표현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관객들이 원작의 느낌을 모르고 작품을 관람하더라도 ''니나''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공연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대와 등장인물이 한정되어 있는 연극이라는 한계로 인해 약간의 각색과, 줄거리들이 편집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을 통해 기존의 작품을 아는 관객들도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니나''는 당시 전체주의에 빠져있던 독일 국민들의 대척점에 있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작가인 ''루이제 린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캐릭터입니다. 언제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하고,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사랑한 인물인 ''니나''라는 캐릭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육로움과 솔직함, 이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자유로움과 솔직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도 공연으로 제작된다면 언제든지 관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연인과 보는 첫 연극이라는 점에서 나에게는 매우 뜻 깊은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표를 받은 후 극장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매우 설레며 연극의 시작을 기다렸다. 뮤직컬 처럼 음악과 춤이 있는 공연은 보았지만, 한편 정극은 처음이라 조금은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그런 걱정은 연극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연극에 빠져들게 되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생의 한 가운데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하였지만,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각색이라는 표현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새로운 작품으로 연출자의 의도와 원작자의 의도를 구분 지을 필요 없이 그냥 보는 그대로 연출자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니나의 어두웠던 시간과 반짝였던 시간, 시간을 몽환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이런 부분은 책으로 느낄 수 없는 무대라는 표현의 장소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배경과 소품, 그리고 음향까지,,,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졌기에 느낄 수 있었고, 추가로 연극이 끝날 때 까지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표현까지 일정한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연출자의 의도가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 배우가 지금의 니나의 모습과 과거의 슈타인 1인 2역을 맡아 연기하였는데, 이러한 연출 또한 사랑을 거절한 지금의 니나와 과거의 니나를 사랑했고 거절당했던 슈타인을 동시에 열연함으로써 내가 그 누구도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잠시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줄거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아서일까? 처음에 니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니나의 행동이 다소 사람을 경계하며, 친 언니에게 마져도 가까이 하지 못하는 모습,,, 왜 그런 모습으로 니나는 지금 우리에게 나타난 것일까?? 하지만, 연극에 집중하면서 니나의 생의 한가운데 서있는 지금의 모습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매우 의존적이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적극적이지 못한 시대였을 텐데, 니나는 매우 자주적이고 독특한 현대 여성의 모습 보여 주었다. 슈타인의 구애 속에서도 쉽게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삶을 결정한 그런 여자로 그려졌다. 그와 반대로 슈타인은 현대에서는 찾기 힘든 순애보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고 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사랑을 기억하고자 했던 것 모습이 연극 내내 마음에 와 닿았다.


나중에 한 메거진을 통해 연출자의 의도를 알게 되었는데, 연출자는 소설의 처음에 나오는 주인공의 젊은 시절에 초점을 맞추어 니나의 반항적이고 격정적인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비록 짧은 공연 시간을 통해 니나의 어린 젊은 시절 모습을 완벽히 재현 해 낼 수 는 없었지만, 연극을 보는 내내 니나의 주체적이고 격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는 있었다.


결론을 짓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로 시작 될 듯한 마지막 구성은 연극의 제목을 더욱 와 닿게 만들었고 또한 극에 몰입하다보니 니나의 인생이 우리네처럼 아직은 살아가야만 하는 시간 속에 있기에 더욱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인생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니나처럼 자주적이고 개성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나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고 응원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멈춰있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지루한 일상 속에 오아시스와 같은 빗줄기를 줄 수 있는,
일상에 지쳐 더욱 힘겨운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우울했던 저에게 모처럼 큰 의미와 함께 힘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공연이었어요~
요즘들어 부쩍 삶에 지치고, 버거운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 안락한 휴식과 위안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공연이라는 생각이드네요.
무엇보다 책에서 느꼈던 감동을 무대를 통해서 새롭게 접해본
색다른 감동을 새록새록 싹 틔워주는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독일 문학을 무대에서 만나는 건 저로써는 처음 경험하는 거였는데,
우리와 정서가 안맞아서 그런지 저는 조금 낯선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니나 언니역을 하신분이 동시에 슈타인박사 역까지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1인 2역의 연기가 좀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좋았고,
누군가 지친 제 영혼을 달래주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너무나 황홀하게 잘보고 왔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함께 영원히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과 휴식을 간직하고 돌아온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지도 않게 공연장을 나가는 길에 티켓박스에서 와인이 제공되어 공연의 감동뿐만 아니라, 덤으로 또다른 선물을 하나 더 받아든 느낌이랄까...
아무튼 공연도 잘보고, 와인도 맛나게 잘 마셨네요^^. 그럼, 아무쪼록 수고하시고, 사랑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