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관람가...라는 말에 노출이 있나? 아님 대사가??? 라는 짐작을 했더랬다.

짐작과는 너무 다른 19세이상관람가의 면목을 보고 몹시 난감한 순간을 보내야했지;

무대 위 메달린 네대의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영상물에 충격이 컸다.

앞좌석이었다면 어느정도 피할 수 있었을텐데

이날따라 뒷자리 =_=;;;



샴쌍둥이의 사랑...이란 소재라는데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

환생과 윤회를 거듭하며 서로를 갈구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만;

어릴적 집착하던 일본만화중 천사금렵구;가 살폿 떠올랐다면...너무 딴길로 새는걸까나?

순정만화틱하고 너무나 피상적이더란 기분이 들던데...



공감하진 못해도 그 안타까움과 절절함이 진하게 다가오긴 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쯔음에 티비하나를 들고 무대 중앙에 설치하는데

19금 영상물의 충격이 다시 떠올라 깜짝 놀랐었다;;;



무대와 연기는 맘에 들었다.

특히나 무대!!! 내취향이야~*

진과 준 선돌에 서다 기획공연

2009. 1. 18 오후 4시

선돌극장(혜화 4번출구)

작 박상현

연출 윤한솔

출연 진역 문경희, 준역 조부현, 여자역 류경인

강효정, 이동영, 김문호, 서승인, 황미영



샴 쌍둥이 진과 준

그들은 현생에서 오래 못 만나고 금방 헤어진 후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한 어미 몸에서 태어나고 거기다 몸이 붙은 채로 살아가기에 그들은 누구보다 가깝고 애틋하며

존재 자체가 비극일 수도 있다.



연극이 시작되면 한 여자와 남자가 긴 의자에 좀 떨어져서 앉아있다.

이들은 연인이 아니라 서로 떨어진 존재들다. 그 둘의 존재는 관객만 안다.

대사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들의 연인에게서는 얻지 못하는 깊은 이해를

남인데도 공유한다.



장면이 바뀌고 속옷만 입은 남녀가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

진역의 문경희 배우는 목소리가 특이하다. 연극톤이라는 말이 딱 떠올랐다.

준역의 조부현 배우. 얼굴을 보면 참 여리고 곱게 생긴 젊은이다.

처음엔 못 알아들을 것 같은 둘의 말 점점 듣다 보니 빠져든다.

특히 전생에서의 기억들. 이 둘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나는 너무나 슬프다.

하렘의 잊혀진 정원 속 앵무새의 외침 '죽여줘!' 슬펐다.

이 둘의 만남도 곧 끝나고 준이 먼저 세상에 태어난다. 하지만 진은 태어나지 못하고 사산하고 말았다.

이번 생은 차마 만나지도 못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다음 장면은 날라리 여고생이 들어와서 조신하게 시를 읽는다.

그 시를 읽을 때 머리 위 텔레비전에서는 북한에 대한 동영상 자료가 나온다.

몸의 일부가 붙어 있는 샴 쌍둥이 같은 우리 나와 북한을 연상케 하는시를 들으면서

아, 국토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 다음 장면부터는 점점 이상해 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윤회, 전생 같은 이야기를 다루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뀐다.

만약 실제로 샴쌍둥이가 있다면 이렇게 않을까 싶었다.

성인 대상으로 쇼를 하는 극단이 이 쌍둥이 남매를 이용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고

남매는 이미 성숙해서 몸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내용이었다.



전에 영화제에서 심장이 붙어서 태어난 샴 쌍둥이에 대한 페이크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쌍둥이는 음악을 하는 연예기획사에 의해 반 감금 상태로

음악을 공부하고 음반을 준비하고 콘서트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내용이 연상되었다.

또, 약 6년 전에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훼이싸이 그리고 태국 치앙콩 까지의 메콩강을 건너던

생각이 났다. 그 황토물을 바라보며 강을 건너던 1박 2일 길고 지루했던 기억.



하지만 머리 위를 보고 얼어 붙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 '야동'이 거침없이 나왔다. 어 머나!

이 극장에 들어오기 전 50~60대 아주머니 두분이 손에 약도를 들고 걷는 것을 보고

자녀들의 방을 구하러 오셨나 했더니 연극 시작하기 전 뒷자리에 앉으시는 것을 봤다.

그분들이 저 야동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내가 더 걱정이 되었다.

머리 위를 봐야할지 아니면 무대 위 환하게 웃고 있는 준과 진을 봐야할지 이 관객 심란해 죽겠다.



연극 시작하기 전 자리에 앉을 때 조명 2개가 객석을 비추고 있었다.

웬지 잠시 잠깐 무대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객석을 향해 강한 빛이 쏘는 장면도 있었고

머리 위에 야동이 아주 오랫동안 돌아갈 때는 머리를 위 아래로 흔드는 관객의 시선을

무대 위 배우가 쳐다보는 판국이라 관객과 배우의 관계가 살짝 비틀린 느낌이었다.



이 연극은 굉장히 실험적이고 근간에 본 것 중에서 최고로 아찔했다.

극장 밖을 나와서 걷는데 좀 힘들었다.

혹시 이 연극을 보실 분은 맨 앞자리는 피해 앉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