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올라왔을 때도 평이 좋았던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직접 보니 예상했던 이상으로 감동을 받았다. 동물과 정글을 표현하기 위한 배우들의 움직임에서 벅찬 생명력이 느껴졌다. 정글에 받아들여지던 본능의 시기에서 인간의 세계로 갈 수밖에 없는 어른이 된 모글리의 성장이 그대로 전해졌다. 성장이라는 것은 언제나 벅찬 감정과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다시는 그리운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막막함. 마지막 장면에서 인간의 진화를 나타내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인간의 성장과 그 자연스러움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키플링도 대단하지만 아무런 구조물이나 소품 없이 정글과 인간의 세계를 동시에 표현해낸 극단 여행자도 대단하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면서도 어떤 거대한 서사를 전달하는 그들이 감동적이었다. 공연을 보고 난 사람들이 커튼콜 노래의 가사를 알고 싶다고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직접 공연을 보니 다들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울컥 눈물이 나왔다.
맨 앞줄에 어린 아이들 몇 명이 주르륵 앉아 관람을 하기에 걱정을 했는데 조용히 관람을 한 것은 물론 땀을 뚝뚝 흘리는 배우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열심히 부채질을 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경직된 분위기의 공연이 아니어서 그런 아이들의 움직임이 전혀 거슬리지 않은 것은 물론 귀엽고 감동적으로 생각되었다. 배우들도 아이들이 부채질 하는 앞에 옹기종기 모여 서기도 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마지막쯤에 아이들에게 그만 해도 된다는 손짓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이 참 좋았다. 모든 것이 살아 있었고 벅찬 분위기였다.
공연장이 몹시 더웠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참 좋았다. 아,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