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5일 첫날 공연을 보고왔습니다.
미리내 소극장은 제가 좋아하는 극장이기도 합니다.
부산의 다른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중견배우들만이 가진 그 내공의 힘에 잔뜩 매료되어서지요

이번에도 기대를 가지고 찾았습니다.
지난번 공연은 사람냄새 가득한 공연이라고 신문에도 났던데
이번에는 불편한 연극이란 문구가 찍혀있어 살짝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요즘에 유행하는 그런 극은 아니었습니다.
젊은 남녀의 사랑얘기 아니면 코메디류가 대세인 요즘 연극들속에서
참 흥행하기 힘들겠다 왜 이런작품을 올릴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극이 흘러갈수록 배우들이 뿜어내는 그 힘에 빨려들어가는 나를 발견하였습니다.
맑고 단정한 목소리에 폭발력있는 감정의 표현을 보여주는 아내역할의 구민주님과
장풍의 기를 만들어 가슴속에 보존하듯 잔뜩 끌어올린 에너지를 공연내내 터트리지 않고
누르고 누른 그 연기력을 보여주시는 호민님의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또는 누가 흑인지 누가 백인지 뚜렸하게 구분지을수만 없는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연극이 어렵지만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같이 살아가는 아주 익숙한 그렇지만 애써 모른체하고있는 그런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섰습니다.

아주 찬바람이 불던 금요일의 밤
손과 귀가 차가워 총총 걸음을 걸어 지하철을 탓지만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그 온기보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온기..이래서 연극을 사랑하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