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다니. 그것도 서부시대!!

뛰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네.



서부놀이와 현실을 절묘하게 대입한 독특한 이야기 전개...

어찌보면 그들이 서부놀이를 하는 이유와 연극을 하는 이유는...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즐겁다가도 보고 나오면 한 없이 씁쓸해지는 이유는 그래서 일까.





아...이거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

2009. 02. 21 3pm

오랫동안 마음에 두던 연극을 보다. 대학로에서 연극 좀 봤는데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 막상 찾으려고 하니 못 찾겠더라. 그래서 게릴라 극장의 매표소에 가서 물어봤다. 나에게 가르쳐주신 분 고맙습니다. 다음에 연극 보러 가겠습니다.

업은애기 3년 찾는다고 간신히 들어가니 어렸을 때 본 영화 속 서부가 무대에 있었다. 탁자에 널부러진 술병들 흩어진 카드 밀려진 의자들 그리고 음악 이제 난 서부에 빠질 준비가 다 되었다.

카드를 하던 잭과 해리 돈을 거의 다 걸고 하는데 해리의 속임수 때문에 싸움이 생겼다. 집에 가면 부인에게 총 맞는다면서 까페 사람들에게 총을 쏘던 혀 짧은 잭, 아수라장 속에서 사람들은 보안관 존을 기다린다. 존이 말발굽 먼지속에서 당당하게 카페에 들어온다. 그리고 빛 보다 빠른 속도로 총을 쏘아 난동자 잭을 진압하고 사람들에게 할 일을 정해준다.

아, 멋있다. 포스터 속의 사람과 똑같다. 그런데 이런 아수라장에 어떤 아줌마가 등장한다. 바나나 우유를 쪽쪽 끝까지 빨아 먹으면서 들어오는데 완전 놀랐다.

연극 황야의 물고기는 현실과 상상이 교차된다. 환상속의 서부시대가 막 활개를 치면서 돌아가다가 갑자기 현실속에 던져진다.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운영하는 까페 서부시대. 그 곳의 주인은 배우 존 웨인의 광적인 추종자이다. 본인의 활동 이름도 존이라고 한다. 그 사람의 까페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극본을 만들고 정해진 역을 하고 즐거워 한다. 이들은 서부시대의 광팬인 것이다.

그런데 현실속에선 건물 임대료를 못내서 업주에게 닥달을 받고 화장실의 수도사용료, 건물 청소비 현금 5만원을 걱정해야 한다. 업주는 다른 것은 보증금에서 제하지만 청소비 5만원은 어떻게 하냐고 악다구니를 한다. 그 말을 다 듣고 있는 존, 여자에게 한 마디도 못한다.

현실 속의 존은 2년 동안 집에 한 마디 말도 없이 가출한 가장이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가 손 댈수 없이 벌어지자 조용히 그냥 떠났다. 내일을 기약하지 않고 돌아서서 그냥 떠나는 서부영화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 없어서 2년을 기다린 아내. 그녀는 서부시대를 찾아와서는 여기 이렇게 있을거냐고 또 악다구니를 퍼 붓는다.

그런 존은 거의 마지막이다 싶었는지 평소와는 다른 대본을 쓴다. 특별 정회원을 들여서 악당 빅터역을 맡기고 빅터를 통해서 존과 요셉의 추악한 면을 파헤치도록 한 것. 그 내용 연기 하는데 다른 회원들은 반발한다. 왜 우리들의 영웅 존을 망가뜨리냐고. 그것은 서부시대 까페 주인의 고통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존을 이해하는 나타샤 조용히 가라고 한다. 그냥 회원들을 까페를 두고 가라고....

요셉 역을 맡은 양복점 사장님 글을 읽는다.

깊은 강 속에 물고기가 살았다. 깊은 강인줄 알았지만 물 밖으로 눈을 내미니 그곳은 황야였다. 그 순간 물이 말랐다. 물이 다 말라 이제 죽기를 기다리는데.... 그곳은.. 버스정류장이었다. 이상하지 않는가 버스정류장이다. 버스정류장에 물고기가 서 있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갈 곳 몰라하는 물고기 한마리. 물고기에게 필요한 것은 물인가? 황야의 웅덩이인가? 아님 깊고 푸른 강인가? 존은 이렇게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물고기와 같은 존재이다.

서부영화에서 선인은 딱 정해져 있다. 남자들과 대등하게 싸우고 여자들과 노인, 아이들의 수호자. 존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남자들과 싸우거나 우정을 나누지만 여자들에게 무조건 우호적이다. 그래서 그런가 존은 자기를 기만한 아내에게도 아무런 말을 못하고 싫은 기척도 못한다. 다만 피할 뿐이다. 그리고 임대료를 못낸다고 닥달하는 건물주에게도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마주친다. 존은 그런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존'이라는 이름을 달면 달라진다. 동작도 멋있어지고 활기를 띠며 숨 쉬는 것 같다. 서부시대였다면 여자들은 보호하면 되고 악인은 물리치면 된다. 세상은 이렇게 쉽고 단순해지는 것이다.

서부시대 까페엔 이런 존과 같은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내 비록 웨스턴의 광팬은 아니지만 회원을 하나하나 보니 남 같지 않았다. 정회원, 자기를 나타내는 닉네임... 저들의 모습엔 내 모습이 담겨있는 것이다. 현실의 비루함에 몸부림 치는 내 모습, 도망치고 싶어하는 내 모습이....

이 연극 참 좋게 봤다.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다 좋았다.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오웃 좋습니다. 존역의 진남수 배우 몰입 대단해요. 연극의 마지막 여운에 잠겨 있는데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라 아주 화끈한 앙코르 무대를 보여주셨다. 몸이 살짝 불편했음에도 신났고 너무 고마웠다.

빅터역의 신문성 배우. 예전에 오아시스 세탁소에서 봤다. 눈매가 날카로워 눈빛만으로 사과를 너끈히 깎을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양순하게 나온다. 마지막에 신문성배우와 또 한 분의 배우와 손을 잡고 인사를 했고 주유랑 배우에게 선물을 받았다. 연극도 잘 봤고 마지막 까지 너무 흐뭇했다.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오랜만에 후기를 남기네요.
이거 초연때인가 그때봤었는데..
다시 앵콜공연을 하네요.
처음에는 이게 어라? 무슨 내용이지?
왠 서부극? 그랬지만..
아하... 후반부를 들어가면서.
멋진 배우들의 연기와 내용이 현대사회를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것 같아요.
생각할수있게 해주는
가볍지 않은 그런 연극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공연이 앞으로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서울 하늘아래...
명륜동에 서부가 있다면 믿겠읍니까?
저는 직접 갔다왔는데
정말 독특하더라구요
나름대루 풍자하고 시사하는 바도 있구요.
즐겁게 보고 왔읍니다

핸들네임을 달고 블로그든, 포털이든, 카페이든. 어디서든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님으로 상대를 부르는데 익숙하다면, 이 작품을 보세요.
인생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