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잘 만들어진 작품을 관람하고 왔다~

존피터슨 배우의 음악, 연기 모두 좋았습니다.

<조지엠코핸 투나잇>은 2007년 라이센스 공연 당시에 그저 남성 모노극이라는 점에 끌려서 봤던 작품이었다. 코핸 역할은 뮤지컬계 대표적 춤꾼인 임춘길 배우였고, 한 시대 쇼 비즈니스계 거장의 일대기를 유쾌하고 때로는 짠하게 그려내어 나름 마음에 남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근데 워낙 소재가 생소하다 보니 흥행은 잘 안 되었던 것 같고, 그래서 이제 이 작품을 한국에서 볼 일은 없겠거니 했는데, 9년만에 일주일간 기획 공연 스타일로 오리지널 배우가 와서 한다니 덥석 예매해서 보게 되었다.
오리지널과 비교해서 보니 라이센스는 우리가 좀 더 공감하고 재밌게 볼 수 있게 의역이나 각색이 많이 된 것 같았다. 전쟁이나 시대적 배경 같은 것도 많이 빠지고. 오리지널 자막에서는 코핸이란 인물이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을 통해 미국 우파의 전쟁논리를 선전하고 참전을 독려하는 그런 역할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그리고 그가 탄 훈장이 단순히 예술적 업적 덕에 탄 것이 아닌, 그런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탄 것이란 걸 느낄 수 있어서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미국에겐 좋은 인물일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약육강식의 그 시대에 열강 중 하나인 미국의 입장에서 전쟁을 독려한다는 건 딱히 좋아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이센스에서는 좀 각색도 하고 그래선지 그의 일생이 한 단계 한 단계 점진적으로 잘 짚고 넘어갔던 거 같은데, 오리지널은 어린 시절 이야기에 거의 할애 다 하다가 정작 청년기-노년기까지는 너무 초스피드 진행인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이해 못할 듯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자기 잘난 멋 한 평생 뽐내면서 살다 간 위인, 그리고 그 위인을 연기하는 존 피터슨이란 걸출한 재주꾼의 뛰어난 연기와 가창력, 탭댄스 실력은 역시 오리지널이란 생각과 함께 저런 아쉬운 점들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음. 그리고 무엇보다... 시작하자마자 give my regard to broadway (그립다 전해줘 브로드웨이)를 듣는데, 이 곡이 이 작품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곡이었던지라 9년만에 들으니 9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정겹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다. 어쨌든 오랜만에 옛 친구를 재회한 기분으로 잘 보고 왔다.

배우분 체력와 열정이 넘처나는 무대였습니다 오늘 이거 말고 브로드웨이42번가도 봤는데,. 아 탭댄스배우고싶네요ㅋㅋ

기억에 남을 뮤지컬이었다. 게다가 센스 넘치는 자막까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