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랑랑, 유자왕, 손열음, 조성진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역대 영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자라는 타이틀이다. 제 9회 영차이코프스키는 작년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렸다. 그리고 반갑게도 피아노 부문에서 또 다른 한국인 우승자가 탄생했다. 영예의 주인공은 바로 피아니스트 예수아 양이다. 예수아 양은 9세에 금호영재독주회로 데뷔하여 이후에 수많은 콩쿠르 우승, 적지 않은 교향악단과의 협연, 그리고 다양한 무대에 초청되고 있다. 현재는 예원학교를 수석 졸업 후 서울예고에 입학한 수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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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다시 찾아온 9월 둘째 주 토요일, 야마하아티스트서비스서울 콘서트살롱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로 위의 주인공인 예수아 양의 독주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정각에 다다르자 빈자리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를 보기 위한 관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객석에는 여타의 클래식 공연과는 다르게 연령대가 낮은 아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지만 벌써 세계로부터 촉망받는 예수아 양을 동경하는 피아니스트 꿈나무들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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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호스트의 사회로 제 87회 아트엠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호스트는 예수아 양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첫 번째 곡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곡은 하이든의 Sonata No.47 in B minor, Hob. 16-32였다. 뒤이어 예수아 양이 등장했다. 그녀의 연주가 시작되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필자는 그녀가 왜 수많은 콩쿠르에 이어 영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연주에는 아무추어의 어색한 호흡이 없었다. 더불어 하이든의 유쾌하고 낙천적인 리듬, 그리고 반전까지 최적의 박자와 세기로 표현했다. 첫 번째 곡이 끝나고 막간의 인터뷰 시간이 있었다. 예수아 양은 새로운 곡들을 연주해보고 싶어 비교적 대중적이지 않은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서는 피아노의 시인인 쇼팽의 Rondo in E flat Major, Op.16을 연주했다. 쇼팽의 론도에는 비슷한 형식이 7-8번 정도 반복하여 등장한다. 예수아 양은 쇼팽이 표현하고자 한 유사함 사이의 미묘한 변화를 간파한 듯 했다. 그래서 묵직함을 지닌 서주와는 대조가 되게 하염없이 달려가는 듯한 부분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을 관객들에게까지 전달했다. 동시에 기교용 작품이 가진 산뜻함과 다채로움도 풍성하게 살려 음들 하나하나를 어울리는 색으로 정성껏 물들였다.







세 번째 곡은 라벨의 "Miroirs" No.3 Une Barque sur L'' Ocean이었다. 김주영 호스트는 ‘거울’은 작곡가의 악보를 음악적으로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피아니스트의 의지와 더불어 거울에 비치듯 앞뒤가 바뀐 곡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투명한 빙판 위의 피겨스케이터 또는 달빛이 동그랗게 비치는 호수에 비치는 아름다운 풍경이 떠올랐다. 그만큼 예수아 양은 매끄러우며 우아한 음들의 나열을 통해 거울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물결을 연상시킨 ‘앞’과 달리, ‘뒤’는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이미지와 더불어 페이드아웃이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명쾌하게 곡을 끌고나간 예수아 양은 관객들에게 “Miroirs”에 대한 깊은 인상을 주었다.




마지막 곡은 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는 사무엘 바버의 Sonata for Piano, Op.26이었다. 이전 네 곡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간단하지 않은 화성에 리듬 또한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기에 해석이 그만큼 쉽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짧지 않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곡이 지닌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예수아 양의 연주에서 그녀의 지구력, 집중력, 그리고 곡의 이해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강점은 앵콜곡에서도 눈에 띄었다. 학업과 병행하며 독주회 준비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도 예수아 양은 리스트의 ‘경쾌’를 앵콜곡으로 연주하며 ‘경쾌하게’ 독주회를 마무리했다.







대부분의 신동들은 인터뷰에서는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예를 들어 악기 앞에 서면 눈빛을 포함해 표정이 바뀌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예수아 양도 마찬가지이다. 벌써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그녀는 이미 프로페셔널 피아니스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만하지 않고 작품과 함께 피아니스트 개인으로서 끊임없는 노력과 치열한 고민을 한다. 이는 그녀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 예수아 양이 지금처럼 차분하고 진솔하게,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여 나아간다면 사람들의 마음에 보다 깊이 스며드는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란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의 앞에 펼쳐진 눈부신 날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출처] 87회 아트엠콘서트 피아니스트 예수아|작성자 artmplus

더 자세한 내용은 아트엠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artmconce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