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최경준 독창회를 보기 위해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으로 갔다. 체임버 홀에서 독창회를 했는데 극장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작았다. 베이스라 하면 악기 말곤 떠오르지 않았는데 악곡의 최저성부를 관례적으로 가리키는 말 이라는 뜻도 있었다. 극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엄숙하다는 분위기보단 어린이 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짜증스러웠다. 전체 인원이 100명가량 된다하면 어린이는 약 10명 내지 20 명 정도. 곧 자리는 다 차고 잠시 극장 불이 꺼졌다가 무대 주변이 환해지면서 최경준씨가 입장했다. 그는 혼자 독창하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는 양기훈씨와 함께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서말이 없이 곧바로 시작했다. 이점이 참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양기훈씨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선율이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경준 씨가 자신의 성부인 베이스를 독창했다. 나지막한 피아노선율과 그에 어울리는 최경준씨의 베이스. 나는 평소에 음악회라고 하면 지루해. 재미없어. 왜가는거야 돈아까워 라는 생각을 했다. 스무 살이 되니 생각이 많이 바뀐것같다. 최경준씨의 저음과 양기훈 씨의 피아노선율을 경청하고 있었다. 약 5분이 지나서 첫 곡인 L. V. beethoven - In Questa Tomba Oscura(이 어두운 무덤에) 가 끝났다. 나도 모르게 사색에 잠겼었다. 생각보다 5분이라는 시간은 짧았다. 약 3분후 그들은 다시 무대에 입장했다. 곧이어 두 번째 곡인 F. Schubert - Ihr Bild(그녀의 초상), Gruppe aus dem Tartarus(지옥에서 온 무리) 가 시작되었다. 오디오로 듣는 그런 노래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그녀의 초상이라는 노래가 흐를 때 곡목 해설란을 보았다. 제목이 하나같이 우울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앞전의 노래 이 어두운 무덤에라는 노래의 제목도 이쯤 보게 되었다. 외국어로 열창되어서 노래의 뜻이 뭔지 몰랐었다. 제목에 못지않게 노래 가사도 우울한 느낌을 주었다. 그나마 그녀의 초상이라는 곡이 앞전의 이 어두운 무덤에보단 나았던 것 같다. 앞전의 곡과 다음나올 곡의 가사를 대략 보고 나서 비교해보았는데 ‘나 그대 잃어버림을 믿지 못할 일이오’라는 구절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 곡이 끝날 때가 되어 최경준 씨는 긴장한 탓인지 얼굴에 땀이 많이 났었다. 전문가도 긴장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곡이 끝나고 약 5분간의 휴식이 있었다. 그들은 다시 등장했고 곧바로 J. Brahms - Vier emste Gesange(네 개의 엄숙한 노래) 가 시작되었다. 이번 노래는 상당히 길었다. 곡목 해설란을 보니 Dennes gehet dem Menschen. Ich wandte mich und sath an alle. O Tod, wie bitter bist du. Wenn ich mit Menschen 이 네 곡을 연속으로 독창하는 것이었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 마다 그는 긴장을 씻어내었으며 전문가다운 자세를 보였다. 평소 음악이라하면 시끄러운 콘서트장과 그에 어울리는 관객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독창회를 보면서 꼭 그런것만으로 나의 생각을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관객들의 박수. 나의 마음을 둥근 구의 형상으로 만든다는 듯한 그의 노래. 잔잔한 피아노 선율 .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무렵 네 개의 엄숙한 노래를 끝으로 1부의 막이 내렸다. 나의 옆에는 음대생인 듯한 여자 둘이 열심히 감상문을 적고 있었고 어린이들은 지겨웠는지 하나둘씩 나가려고 하는 눈치였다. 어른들은 서로 최경준씨의 노래에 대해 대화를 했으며 일부는 화장실로 갔다. 이런 모든 상황을 즐기며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2부의 노래를 경청했다. J. B. Lully - Bois epais redouble ton ombre (짙은숲이어) 라는 곡이 시작되기도 전에. 막이 내렸다. 거두절미하고 결론은, 졸았다. 지하철을 타고 3시간 가까이 움직이다보니 몸이 피곤하긴 했다보다. 나름 즐긴다고 즐겼는데 예전에 가족들과 비싼 공연을 볼 때 서막을 보고 잔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다. 1부는 약 40분간 진행되었고, 쉬는 시간은 15분이었다. 내가 자는사이에 약 여섯 곡이 흘러 나갔다. 약 5분 씩만 잡아도 30분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이 흐른거 같은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는 2부의 서막이 시작될 때 졸아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독창회는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