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종로 문화 다양성 연극제 작품이고 여성에 대한 이야기의 연극이나 사실은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특징적으로 분리된 4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공연인 것도 지루하지 않고 짧은 시간 인생의 단면을 보여줘 신선했다.

작품은 여성 배우 4인이 돌아가면서 2인극 단막극 4편을 연달아 공연하는 형식이었는데
여성배우가 주인공인 이야기고 거의 한 장소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주 내용이기 때문에
대사에서 느껴지는 세밀한 감정 묘사 같은 것들이 인상깊더라구요!
특별한 이야기도 있고 정말 보통의 이야기도 있지만
너무 진부하거나 평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고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요즘 너무 거창한 얘기를 하거나 개인의 자아 분열이라든지
한 개인의 삶을 너무 영웅시한다든지 천재의 고난에 대해서 너무 거창하게 얘기한다든지
그런 작품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작품들을 안좋아해요ㅠ
아무튼 이야기가 샜는데 저는 이 작품 너무 좋았어요 제가 여자라 그런지
이런 얘기들이 너무 편하게 웃을 수 있고 즐겁더라구요
전에 남자분이 이 공연을 관람하신 후기를 읽었는데
남자 배우들이 등장인물의 대부분인 공연이 워낙 많다보니까
이렇게 여성들의 이야기만 하는 연극을 보니 낯설고 조금 불편했다고 하시는 걸 봤는데
저는 그게 굉장히 인상깊더라구요
저에게도 이 연극은 편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준거 같아요
남자가 하나도 안나오는 연극이나 뮤지컬은 정말로 거의 없으니까요
이런 불편함들이 유의미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없앨 수 있도록
더 많은 여성 주인공 서사를 다룬 이야기들이 공연되어야 할거 같아요~~
또 다양성 연극제라는 취지에도 맞게 다양한 여성캐릭터를 다루고 있어요
연기들도 너무 잘하시고 진지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유쾌하게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동네방네 재밌다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공연기간이 짧아서 많이들 못보신 것 같아 아쉽네요ㅠㅠ
재연할 때는 공연기간을 좀 길게 하고 입소문도 많이 타서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처음만났거나 너무 오래 만났다 연극은 네 가지 이야기의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배우가 한명씩 엮이는 것만 빼면 각 이야기 간의 연관성은 크게 없다 모두 처음만났거나 혹은 너무 오래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첫번째 이야기는 사돈지간의 두 사람이 차 안에서 하는 대화 두번째 이야기는 두 자매의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는 동성애자인 두 여자의 이야기 네번째 이야기는 여배우와 그녀의 열성팬인 두 사람이 사후에 만나는 이야기이다 사돈지간의 두 여자는 오래 만난듯보이지만 그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자녀들이 이혼할 때쯤 되어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처음 만난 듯 보인다 오랫동안 만난 두 자매는 엄마에 대해,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처음 대면한다 동성애자 두 여자는 너무 오래 만난 탓에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별한다 여배우와 그녀의 열성팬인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여배우는 열성팬을 처음 만났고 열성팬은 여배우를 오랫동안 봐왔던 것처럼 느낀다 둘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 오래 만났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과 처음만난 것처럼 대면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닌가싶다 낯설음과 익숙함 사이에서 서로 미워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이해하고 깨닫고 후회하고 기뻐하고.. 네 이야기 모두 우리 일상의 모습을 포착해 무대 위로 고스란히 올려놓았다 공연을 보는 내내 알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이 불편함이 뭘까 생각해봤다 나는 남자이고 개인적으로 연극무대에서 남자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연극은 이번에 처음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와 같은 나이대 중년여성들의 대화, 자매의 이야기, 레즈비언의 이야기, 여성들의 우상과 같은 여배우와 열성적인 여자팬의 이야기. 내가 알지 못하는 여성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일까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낯설은 이야기였던 것 같다 나 역시 이야기 속의 인물들처럼 엄마, 누나, 친구등 늘 함께하는 여성들에 대해 오래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공공연히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편하고 낯설게 느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PS 이번 공연에 진주작가님의 이야기가 있어서 기대됐다 지난 10월에 국립극단에서 진주작가님의 아낙>희곡낭독회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오늘 공연도 그렇고 나는 진주작가님의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참 좋다 리뷰를 쓰고 팜플렛을 찾아읽어보니 팜플렛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보다 명확하게 나와있네요 팜플렛 내용 첨부합니다

문화다양성연극제라는 타이틀에 맞는 색다른 주제와 스토리, 배우분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집중하고 볼 수 있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4명의 여성작가와 여성연출가가 뜻을 합쳐 출발한 극단이라는데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보편적인 여성관계를 깨뜨리는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참신한 연극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웃음, 감동, 생각해볼 것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