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오지 않을 고도라 하여도 우리는 그것이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90세의 연기자인 이순재 에스터는 언더스터디의 역할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더 어린 밸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카이 밸에게 약간의 질투심도 가지고 있지요.

그 둘이 주는 시너지는 참 특별합니다.
에스터는 밸에게 질투심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뽐내며 연기를 가르쳐줍니다.
조금씩 따라오는 밸을 보면서 흐뭇함도 가지고 있지요.
그러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오지 않을 고도'' 를 말이지요.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읊다가도, 이젠 끝이라며 모든 시선을 부정적인 곳으로 두기도 했습니다.
끝내 그들은 고도를 바라보았지만.

저는 살면서 ''고도''와 같은 ''희망''을 바래본 적이 없습니다.
90세의 연기자 이순재 배우가 저 무대에서 관객석을 바라보며 연기를 시작하는 모션을 취하기 전까지는요.
저는 과연 이때까지 무엇을 해보았을까, 어떤 이상을 바라보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이는 노력없이 먹는 것이라 하지만, 너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저들이 무대에서 저렇게 반짝거리며 빛나는데 나는 과연 어디에서 빛났던 적이 있을까?
빛나기 위해 무언가를 바란 적이 있을까?

순재에스터와 카이밸이 무대에서 주는 메세지는 지극히 간단해 보였습니다.
오지 않는 고도를 위해, 우리는 노력했고 존재했다. 그리고 바라던 고도는, 왔다.

저는 처음부터 시작을 하겠지요. 나에게 고도는 무엇인가, 부터요.
감사합니다.

중간에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고도란 무엇일까요?

보는 내내 고도란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에스터와 벨이 그것에 대해 아주 상세히, 깊게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기다리던 고도는 아마 자신들이 설 수 있는 무대와 같은 꿈.. 인 듯 했습니다.
그 꿈이 어쩌면 불의의 사고로 금방 다가올 수도 있지 않겠냐 하는 굉장히 붕 뜬 논리로 그들은 행복해 합니다.

현대에 사는 사람들은, 로라와 같은 반응일 듯 합니다.
로라는 그저 현실에 부딪히고 당장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상한 논리로 행복해 하는 에스터와 벨을 보고도 로라는 맘 편히 웃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메리 이모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까지도요.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로라는 끝까지, 끝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에스터와 밸은 그 이해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드디어 왔다고 생각한 고도를 바라보았을 뿐이죠.

우리는 살면서 고도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채 바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지 않는 고도를 무엇이라 생각하고 기다려야 하나, 하며 쓸 데 없는 생각이라 치부해버립니다.
그들은 오지 않는 고도를 위해 연기 연습을 하고, 분장을 하고, 맞지 않는 신발에 발을 구겨 넣기 위해 노력도 합니다.
아무리 오지 않을 것이라 해도, 그들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참 중요하겠지요.
과연 우리는 오지 않을 고도를 꿈꿔본 적이, 그것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라도 한 적이 있을까요?

저는 저의 고도가 참 궁금해졌습니다.

삶이란 것은 그 어떤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고 다만 내가 그 의미를 부여할 소중한 기회를 붙잡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순간들로 구성된다. 연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은 관객에게-그리고 조연출에게- 의미없는 행동들을 하면서, 그게 아주 중요한 것인양 중언부언 하며 정당화 하지만 사실 그건 아주 의미없는 것이다. 의미란 건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은 결국 내가 그것을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게되는 것이다. 그 일들이 언젠가 지나고 나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미친 짓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그것을 함으로서 나로 존재할 수 있다면, 기다려볼 만 하지 않을까. 어쩌면 얼마 없는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기회일테니까.

너무 잘봤습니다 최고에요

배우님들 정말 날아다녀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고 몰입해서 봤습니다 당장 재예매하고 왔어요 모든 배우분들 연기 다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