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겨울 맞이하는 기분이었어요. 누구나 마음속 불씨 하나 가지고 있구나 싶네요.

2014년에 극단 간다의 10주년 기념공연으로 보고 딱 10년만에 다시 봤네요~*
그 때 진선규 배우님의 할아버지 연기에 홀딱 매료돼서 그 뒤로 하시는 공연은 모두 봤더랬죠ㅎㅎ 지금은
인기 배우가 되셨지만^^
오용 배우님의 연기도 못지않게 훌륭했고, 표지훈님도 기대 이상으로 잘하셨지만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극 내용이 남다르게 다가오더군요ㅠㅠ 연로하신 부모님을 계속 떠올리게 되는...
다시 봐도 또 새롭게 보이는 명품 연극을 쓰시고 연출하신 민준호님과 극단 간다의 새로운 10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켜보겠습니다~!!

난 분명 큰소리로 얘기를 하는데 못 들으시는 할머니.
그걸 귀찮아 하지 않고 열심히 다시 얘기해 주는 주인공에게 난 너무 감사했습니다.
할아버지와 같이 동행해주는 모습에 또 한번 감사드렸습니다.
보는 내내 뭉클했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번째로 봤을 때는 사전 정보가 없어서 그런지 등장하는 나(작가이자 준희)가 계속 상황을 설명하는 연출이 좀 불편했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이입을 하는 온도가 느리게 올라가기 때문에 장면이 끝날 때마다 등장해서 뚝뚝 끊는 작가라는 캐릭터가 별로더라구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묻어나 있어서 지나치게 본인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간중간 슬픈 장면 이후 바로 개그를 넣는것도 ㅠ 개인적으론 불호였습니다.
첫번째 할아버지셨던 김승욱 배우님의 할아버지는 좀 부드러운 느낌의 점잖은 노인이였는데, 두번째로 관람한 오용 배우님의 할아버지는 정말 군인 출신 할아버지 느낌이 들었어요. 디테일에 감탄했습니다. 말 하실때 혀를 계속 굴리면서 입술을 핥고, 바닥을 구두로 구르는 모습이 진짜 찾아오셨던 해병대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들 느낌이더라구요. 그분들도 국가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 억울해서 아가씨에게 말을 한다. 사무실에 찾아와 이런 하소연을 하시곤 했는데 그때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준희와 함께 부상을 당한 국군이였던 할아버지를 숨겨준 은인의 집을 찾으면서 치매 걸린 할머니의 손자가 할아버지도 빨갱이 그런거예요? 하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때 할아버지가 크게 화를 내면서 그땐 다 왔다갔다 했었어. 살려면 다 그랬었다고 이쪽 저쪽 왔다갔다 했단 말이야! 하는 부분이 분단된 현재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찾고 싶은 은인은 찾지도 못하고 한평생 함께 살아온 할머니의 임종을 보지도 못한 할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손자인 준희만이 오롯히 기억해주는게 그래도 할아버지에겐 조금의 위안이 아니였을까요? 여러명의 인생을 담아내기에 100분이란 시간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준희가 할아버지와 여행을 하게 되면서 겉치레를 한꺼풀 벗겨내고, 진솔한 삶에 한걸음 다가가 글을 쓰게 된 모습은 괜찮았어요. 첫번째보다는 두번째가 더 보기 좋았던 극이였습니다.

할아버지가 걸어오신 길 위에는 많은 희노애락이 있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던 현실이 있었더라구요.

할아버지가 등지고 의자에 앉아 한참을 허공을 바라보고 계시는 그 장면이
마음을 많이 울렸습니다.

곁에 있는 가족에게 많이 질문하고, 들어주고 알아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구나, 누군가의 인생을 이해하기에 참 부족한 시간이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내 삶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