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같은 지휘자. 예술경영이라는 이름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중 분명한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경영이 가지고 있는 아트와 경영의 영역은 어떻게 보면 잘 안 맞죠. 일반적인 생각으로 경영은 기업 비즈니스 위주이기 때문에 기업의 연속성, 이윤추구, 주주들의 권리 등이 가장 우선시 되는 기업 논리가 있을 수 있겠고, 아트라는 영역은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들, 아름다운 부분을 드러내서 같이 향유하는 것이잖아요. 굉장히 다르기도 하면서도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이 두 영역이 만나, 얼음 속의 불꽃처럼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이 분야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조율하고 여러가지 역할도 배분하여 이끌어가는 마법사 같은 지휘자가 프로듀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언자에서 실현자로. 서울예대 광고창작과를 나왔지만 연극 동아리를 통해서 공연을 꾸준히 접했습니다. 전 직장이 컨설팅 분야였는데 당시 맡은 업무의 상당부분이 문화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문화재보호재단에서 하는 사업 컨설팅이나, 인간문화재 선생님이 일본 진출을 하려는데 유통배급망에 대한 지원 컨설팅을 하는 것들이었지요. 어느 순간 제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한번 해 봐야겠다고 해서 2000년 3월부터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개인 작업실에 간판 하나 내 걸고 공연기획사로 출발했습니다. 2003년 ‘점프’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하면서 주식회사로 전향하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태양의서커스. 서크 듀 솔레이(태양의서커스)의 <카(Ka)>를 제일 좋아합니다. 나온 지 3, 4년 정도 되었죠. 서크 듀 솔레이의 작품 중에서 가장 버라이어티 하고 성공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카>나 <오(O)> 정도가 될 텐데요, 이 두 작품을 두고 좋아하는 사람이 나뉘기도 해요. <카> 같은 작품을 보면서 ‘와, 사람의 생각으로 무대 위에서 저런 걸 만들어 낼 수도 있구나, 내가 죽기 전에 저런 걸 한번 만들어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퀴담>은 오래된 작품이고요, <카>는 규모 등을 비롯해 지금 공연 중인 라스베이거스에서 나올 수 없죠. 어마어마해서 말이 안 나오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철저한 역할 분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에서는 공연을 만드는데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철저한 역할 분담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점프> 큐시트가 서른 개 정도 되는데 그것을 300개 이상으로 나눠 놓아요. 또 무대 상수에서 하수로 망치를 가지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후 망치를 갖다 두는 일을 A라는 크루가 맡았다면, 반드시 그 사람만 그 일을 해야 해요. 누가 도와주면 고마운 게 아니라 남의 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되죠. 공연 한 두 시간 전에는 내가 연출이고 제작자라 해도 절대 무대 위에 올라갈 수 없고요. 굉장히 합리적인 시스템이죠.





가장 많이 공유하는 것, 그것이 세계적. 태권도는 세계 속에 가장 한국적인 것 중 하나이죠. 올림픽 정식 종목이기도 하고 김치만큼이나 태권도를 말하면 ‘코리아’를 외칠 정도로 유명해요. 그래서 <점프>를 처음 기획했을 때 저희의 큰 화두이면서 우스갯소리로 “전 세계 태권도 인구의 1%만 봐도 우리는 10년 간 먹고 살거야”라고 했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모토가 숨겨져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한국 문화가 세계 시장 90%를 점유하면 그게 바로 세계적인 것이 것 아닌가요? 한국 사람들이 우리의 색을 띄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세계적인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프로젝트 개발에서도 누구보다 전 세계에 나가서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 지금 상황에서는 ‘마샬’이 그것이겠지요. 이것을 먼저 시작해서 깃발을 꽂으려 합니다. 우리가 1등이 되면 향후 누군가가 우리를 따라 할 것입니다.




실패가 보여도 멈추지 않아. 어떤 일이나 상황이 결정되면 저는 결과를 볼 때까지 달려갑니다. 중간에 ‘이게 아닌데’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어도 멈추지 않아요(웃음). 왜냐하면 실패할 지라도 그게 치명적이지 않는 이상 그 실패를 맛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힘들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웃음). 저도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버텨낼 수 있다면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판단이 어떻게 실패를 갖고 오는 지를 처절하게 느껴야 된다는 거죠(웃음). 필드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더더욱 중요해요. 하지만 모든 일의 결과는 하루짜리도 있고, 한 달짜리도 있고, 5년짜리도 있는 거거든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희망이 달라지고 그 감동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융합해 내느냐도 중요한 관건인데 저희는 아직 젊기 때문에 싸우는 것도 좋아하고요, 다행히 그런 분위기가 많아요. 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연륜이 짧아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좌충우돌 하는거죠(웃음).




다양한 의견, 그 안의 주관.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제가 성격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술도 좋아하고 다 봐줄 것 같지만, 조금 더 가서 어떤 순간에는 딱 제 표정이 나온데요(웃음). 고집이 너무 세고, 절대 안 물러선다고 그러죠. 설득 당하기 전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안 물러날 거라고. 어떤 원칙에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면 99% 관대한데 문제의 1% 때문에 난리가 난다는 거죠.

하지만 어떤 의견을 도출해 낼 때 굉장히 많은 의견을 들으려고 합니다. 실제 저희 조직 구성 운영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권한 위임과 같은 부분이에요. 작품에 대한 평가나 업그레이드 경우에 각 파트 부서장들을 다 참여하게 만듭니다. 연출 뿐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도 많은 관점들을 반영해야 하는 거죠. 그런 의견 수렴의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거나 동기 유발하는 저의 커뮤니케이션 루트 등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녀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가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가 먼저여서 이야기는 다 알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라인업을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그 내용이 그대로 브로드웨이로 가도 될 것 같아요. 스토리도 그렇고, 그쪽에 맞게끔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국 창작 뮤지컬들 중에서 <미녀는 괴로워>가 커다란 작품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즈니를 뛰어넘는. 2015년에 전세계 제작사 측면에서 빅3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인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웃음). 항상 제 목표가 10년 안에 매출이 한 4조쯤 되게 하는 거에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국의 친구, 선배님들은 “그래, 열심히 해야지”라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해외 프로모터나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 사람들은 진지하게 “그 프로젝트와 같이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요. 이 말은 즉, 여기에서는 저 멀리에 있어서 열심히 노력해야지만 될까 말까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그러한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죠. 2003년 첫 공연을 할 때 목표가 브로드웨이에 가 보는 것이었는데 그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더 재미난 것들을 찾고 있습니다. 유니버설이나 디즈니를 넘어서고 싶어요. 실패하든 안 하든 크게 상관은 없어요. 아직 젊으니까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 및 관련 식구들을 생각한다면 이 기업이 계속 성장해서 연속성을 가지고 더 다양한 것들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할 것이고요, 그런 기업들이 한국에 100개쯤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늘어나는 데에 제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떤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것이 제일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중국이든 어디든 가서 우리나라 말로 공연 준비해도 되고(웃음). 그런 날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요?




마음과 시간의 여유, 그리고 다양한 의견. ‘공존’하고 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게 건강하지 않은 것이죠. 두 명이 모이면 두 가지 생각이 있는 것이고, 비슷한 두 가지 생각일 수는 있겠죠. 공통 분모의 생각에 방향성을 갖게 하는 것이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똑같게 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 많은 분들, 특히 젊을수록 이전에 비해 수백 배 많은 굉장히 중요한 정보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습득이 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즉 이제는 누구나 다가 전문인이 되고 있다는 뜻이죠. 따라서 관객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공연을 더 재미있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마음으로 시간 배려를 더 해주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하나를 보고 하나를 칭찬하는 것 보다 두 개를 보고 두 개를 비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때론 사람들이 10개 중에 6개는 좋고 4개가 안 좋았으면 ‘좋은 게 더 많았다’고 판단하기 쉽겠지만, 천 만개 중에 6백 만개가 좋고 4백 만개가 안 좋으면 자기가 있는 곳의 80%이상이 나쁜 곳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 균형은 유지되고 있을 겁니다. 이런 것들이 많아지면 분명 저희들이 하는 활동 등이 풍성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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