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공연계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활약하며 존재감을 떨쳤다. 연극무대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다가 영화 한 편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가 있는가 하면,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하던 톱스타가 연극 무대로 진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콘서트 분야에서는 굵직한 해외 스타의 내한 공연과 미국에서까지 한류 돌풍을 일으킨 아이돌의 공연도 이어졌다. 여러 공연계 인물 중 2017년 한 해 동안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들을 꼽아보았다.

14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옴므파탈, 류승범
조광화 연출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연극 <남자충동>.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건 다름 아닌 배우 류승범의 출연이었다. 첫 연극 <비언소> 이후 14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그는 수차례 반복된 조광화 연출의 제안 덕분에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오랜만에 서는 연극무대인만큼 관객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류승범의 출연 회차는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고, 상대적으로 극장으로의 발길이 뜸한 남성 관객들까지 류승범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직접 찾았다. 알 파치노를 추앙하는 건달 이장정을 실감 나게 소화하며 연극 무대에서도 진한 남자의 향기를 남긴 그, 앞으로도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길.
 

연극 무대에서 쌓은 내공, 스크린에서 빛을 발하다, 김소진·진선규
올해에는 영화 속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연극배우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두 배우가 있다. 바로 지난달 25일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범죄도시>와 <더 킹>으로 각각 남녀조연상을 받은 배우 진선규, 김소진이다. (김소진은 올해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대중에겐 늦깎이 신인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평균 10년 이상의 무대 경력을 지닌 공연계 실력파 배우. 두 사람은 올해 영화뿐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진선규는 지난 봄 <신인류의 백분토론>에서 토론자 전진기 역할로 분해 실제 TV토론 같은 연기를 선보였으며, 김소진 역시 지난 가을 연극 <라빠르트망>에서 앨리스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받은 사랑만큼 내년에도 두 배우가 더욱 승승장구하길 기대해본다.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뽐낸 주역, 윌 애런슨 작곡가 & 박천휴 작사가
버림받은 구형 로봇의 사랑을 그려 관객들의 열띤 사랑을 받은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제6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에서 올해의 뮤지컬상과 연출상, 음악상, 여자 인기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뽐낸 이 작품의 중심에는 윌 애런슨과 박천휴 콤비가 있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후 오랜만에 다시 뭉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사랑’이란 주제를 로봇을 통해 그려내고자 했다고.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따뜻한 노랫말 덕분에 초연부터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한 이 뮤지컬은 지난 10월 진행됐던 앵콜 공연에서 티켓 오픈 직후 전석을 매진시키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또 한 번 능력을 인정받은 두 사람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국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콜드플레이
올 한해 한국을 방문한 여러 해외 스타 중 가장 관객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뮤지션을 뽑으라면 바로 이 팀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데뷔 후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다.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 등의 유명 히트곡을 보유한 밴드답게 그 열기는 대단했다. 티켓 오픈 직후 잠실 주경기장을 1분 만에 전석 매진 시켜버린 것. 그에 보답하듯 콜드 플레이는 이번 첫 내한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로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노란 빛의 조명 속에서 부른 ‘픽스 유(Fix you)’는 현장에 있던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한국 특유의 떼창문화에 감동하며 머지않아 한국을 방문하겠다던 콜드플레이, 조만간 다시 한 번 한국에서 공연을 펼칠 날이 오지 않을까.
 

한국을 넘어 세계로 ‘불타오르네’, 방탄소년단
‘2017 빌보드 베스트송 100 선정, 미국 3대 토크쇼 출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참석’ 해외 팝스타의 신기록이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뤄낸 성과다. 올해는 그야말로 방탄소년단의 해였다. 지난 2월 정규 2집 리패키지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을 시작으로 9월 미니 5집 ‘러브 유어셀프 승 헐(Love Yourself 承 Her)까지 잇따라 발매하며 특유의 트랜디한 음악과 칼군무로 전 세계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급기야 폭발적인 해외 팬들의 관심 덕에 그 어렵다던 미국 진출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공연돌로서의 위상도 제대로 뽐냈다. 지난 2월 고척 스카이돔 공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40회에 걸쳐 진행한 월드 투어는 누적 관객 55만 명을 동원하며 매진 신화를 써 내려갔다. 한국 아이돌을 넘어 월드 스타로 나아가는 방탄소년단, 올해 벌어졌던 놀라운 일들은 그들의 꿈을 향한 첫 단추가 아니었을까.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플레이디비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