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사를 통해 ‘실사판 캐릭터’ 캐리와 번개맨의 인기요인을 분석해봤다면, 오늘 2편에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는 뮤지컬 <헬로 카봇>과 <터닝메카드>가 대박난 이유를 살펴보겠다. 더불어 유명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뮤지컬 <아빠! 사랑해요>는 어떻게 어린이 공연계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도 함께 다뤘다.?
 

원작의 성공 키워드 #개그 #일상성 #친밀감

애니메이션 <헬로 카봇>에 나오는 로봇들은 겉만 봐선 여느 메카닉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끈한 3D 작화의 퀄리티도 높고 변신장면 연출도 그럴싸하다. 정의의 사도로서 지구를 너끈히 지켜낼 풍모다.

하지만 카봇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기존 로봇만화의 문법과는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패러디와 유행어, 아재개그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버스와 택시가 합체한 로봇 ‘로드 세이버’는 필살기를 사용할 때 이런 주문을 외친다. “대중교통의 힘~ 버카충(버스카드충전)!” 이 주문과 함께 레이저가 발사된다. 검이나 총이 아닌 로드세이버의 발가락에서.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같은 유행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렇게 ‘홀딱 깨는’ 카봇들은 수행하는 미션들도 소소하기 그지없다. 주인공 소년 차탄의 초등학교 방학 숙제를 돕거나, 쓰레기를 치우거나 심지어는 모기나 파리도 잡으러 다닌다. 오죽하면 카봇 중 하나인 호크가 ‘지구 한번 제대로 지켜 봤음 좋겠다’고 투덜거릴 정도다.

일상 속으로 들어온 이 위트 넘치는 카봇들은 비장함을 덜어낸 덕분에 어린이 시청자들과 보다 쉽게 친밀감을 형성했다. 또한 카봇이 차탄만의 비밀친구라는 설정은 아이들에게 ‘나도 카봇같은 친구를 갖고 싶다’는 동일시 욕구를 불어넣었다. 자연스럽게 장난감으로 카봇을 구매하는 수순으로 연결됐다.
 

뮤지컬의 성공 키워드?#극적요소강화 #싱크로율 #로봇연기대상

뮤지컬 <헬로 카봇>은 애니메이션의 일상성과는 거리를 뒀다. 13분 남짓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시트콤처럼 가볍게 풀어내는 방식이 어울렸지만 러닝타임 70분짜리 뮤지컬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가려면 좀 더 뚜렷한 기승전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물원의 원숭이에게 악당들이 광선총을 쏴 ‘악당화’시키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차탄과 카봇이 나서는 줄거리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심각해졌지만 다른 메카닉 물에 비하면 여전히 귀여운 수준의 사건이긴 하다.

사실 아이들이 뮤지컬 <헬로 카봇>에 열광하는 지점은 극적인 스토리가 아니다. 애니메이션 속 카봇을 실제로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실사판 카봇을 얼마나 애니메이션과 동일하게 만들어내는지의 여부가 공연 성공에 큰 변수가 된다. 뮤지컬 <헬로 카봇>을 만든 최중민 연출은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2.5m에 달하는 실물 카봇을 애니메이션과 동일하게 디자인하고 제작했어요. 이 실물 로봇을 배우가 착용하고 성우의 목소리에 맞춰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하도록 연습했어요.”

공연장 로비에 가면 대형 카봇 모형들이 설치 돼 있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게 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장난감으로만 소유하던 비밀친구 카봇을 실제로 만났다는 흥분감에 로비를 뛰어다니거나 오프닝 주제가를 부르는 아이들도 있다.

아직 집중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70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관객들의 몰입도는 꽤 높은 편이다. 특히 객석을 향해 배우들이 ‘도와줘!’라고 외치는 순간 어린이들은 일사분란하게 따라 외친다.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덩달아 부모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후문이다.
 

원작의 성공 키워드 #종합선물세트 #전광석화 변신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의 인기요인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가져왔어.”다. <포켓몬스터>의 수집 개념과 <유희왕>의 카드대결, 미니카와 변신 로봇까지 <터닝메카드>에는 온갖 애니메이션의 인기요소가 골고루 녹아들어 있다. 이들 요소를 아울러 터닝메카드의 기본개념을 설명하면 "아이들이 미니카 모양의 메카니멀을 수집한 후 특정 카드를 접촉시켜 변신시키고, 이 메카니멀을 앞세워 상대 어린이와 대결한다. 이기면 상대의 메카니멀을 빼앗는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솔로가수보다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소녀들로 구성된 걸그룹이 주목을 받는 데 더 유리하듯이 <터닝메카드>도 다양한 취향의 어린이들을 팬층으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주연급 등장인물로 여자아이가 나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서일까? <터닝메카드>는 여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육아카페에서는 “딸이 터닝메카드를 사달라고 떼써서 큰일이다.”같은 고민 상담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터닝메카드>완구의 신선한 변신 방식도 인기요인 중 하나다. 보통 변신로봇들은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현란한 광선을 내뿜으며 빙글빙글 돌아 자동합체 되지만 현실에선 직접 손으로 ‘뺏다 꼈다 돌리며’ 모양을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터닝메카드>의 변신로봇 완구는 애니메이션처럼 자동으로 순식간에 변신한다. 자석이 달린 카드를 미니카에 접촉시키면 순식간에 팔다리를 펼치며 동물모양 로봇으로 변신한다. 성인들도 신기해 할 정도다. 애니메이션과 현실의 간극이 줄어들수록 작품과 완구 모두 인기에 탄력을 받기 마련이다. <터닝메카드>로 완구업체 손오공은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뮤지컬 성공 키워드 #3단 변신 구현 #관객참여형 대결씬

<터닝메카드>완구류가 원작 애니메이션과 일치하는 변신방식으로 호응을 얻었던 것처럼 뮤지컬도 원작의 변신장면을 무대기술적으로 구현해내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제작진은 메카니멀의 3단계 변신과정을 영상을 곁들인 무대효과로 원작과 동일하게 구현했다고 전했다. 메카니멀 중 하나인 ‘미리내’가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대목에 이르면 어린이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애니메이션 속 메카니멀 배틀 장면을 뮤지컬에 맞는 스케일로 연출해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도 인기 요소다.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면 아이들은 공연장에 입장할 때 미리 받은 로봇 조종용 카드 ‘메카드’를 들고 특정 단어를 외쳐야 한다. 아이들의 구호에 맞춰 주인공을 도와줄 존재가 등장한다. 이로써 아이들은 자신이 배틀에 직접 참여해 승리로 이끌었다는 짜릿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뮤지컬 성공 키워드 #스킨십 #따뜻한 메시지?

어린이 뮤지컬이 대박나기 위해 꼭 인기 캐릭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 동화책 ‘게스 하우 머치 아이러브유(Guess how much I love you)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아빠! 사랑해요>에는 아이들이 열광하는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맡에서 동화를 읽어주던 부모들에게는 이 작품이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번개맨, 캐리, 카봇처럼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사랑해요>는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린 따뜻한 메시지로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장기공연에 돌입했다.

뮤지컬 <아빠! 사랑해요>는 아빠 토끼와 아기 토끼가 숲 속에서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극이 진행되면서 아이와 부모의 스킨십을 유도하는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제작사 웨이즈비는 아이와의 스킨십에 어색함을 느끼던 아버지들이 이 공연을 통해 큰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