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어둡더라도, 그 반대를 보여주며 즐거움과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

복합 예술의 선두주자 필립 드쿠플레. 그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으로 꼽히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예술 감독이자, 프랑스의 대표 캬바레 쇼 <크레이지 호스 파리>, 태양의 서커스 <아이리스> 등을 연출한 전방위 예술가이다.

세계를 오가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가 오는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신작 <콘택트>를 위해 내한했다. 필립 드쿠플레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콘택트>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연이다. 특히 한국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투어(공연)를 하지 않는다. 3년 동안 잘 무르익은 최상의 상태를 보여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공연의 소감을 밝혔다.
 

#현대무용의 거장, 피아나 바우쉬에 경의를 표하다
<콘택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뮤지컬로 제작하는 과정을 쇼 안의 쇼 형태로 펼쳐 보이는 작품으로, 2009년 타계한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 필립 드쿠플레에 앞서 음악, 연극, 무용 등을 혼합해 탈장르적 작품을 만들었던 피나 바우슈는 20세기 현대무용을 이끈 혁신적인 안무가다.

이번 작품의 제목(콘택트) 역시 피나 바우쉬의 작품 <콘탁트호프(Kontakthof)>를 오마주했으며, 공연 중반에 무용수들이 비슷한 동작을 취하며 무대 위를 천천히 걷는 모습을 통해 ‘피아 바우슈 부퍼탈 탄츠테아터’ 무용단에 존경심을 표현한다.

드쿠플레는 “피나 바우쉬가 타계했을 때,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분에게 굉장한 존경과 우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번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나는 중간자일 뿐, 동료들의 역할이 중요해
드쿠플레가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감동’과 ‘동료’가 중요했다.

“나는 작품을 만들 때 늘 감동과 즐거움을 나누려고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호기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질 높은 작품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한 그는 “작품을 만드는 데는 동료들이 중요하다. 나는 축구로 따지면 코치, 감독처럼 중간자 역할일 뿐, 실제로 뛰는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다. 그들이 아이디어를 가져와 나를 새로운 세계로 데리고 간다”고 덧붙였다.

그의 추구하는 바에 걸맞게 드쿠플레의 작품들은 상상을 자극하는 화려한 비주얼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배우들은 각각의 개성을 마음껏 분출한다.

“현실이 어두우면 나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나는 원래 굉장히 어두운 사람이다. 하지만 내 역할은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 자유, 색채를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팔기보다는 행복하고 싶은, 즐겁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싶다.”
 

상상의 힘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채우는 필립 드쿠플레의 <콘택트>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