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틴헤드>는 1920년대 미국의 두 젊은 건축가의 이야기다. 자신의 건축 철학을 고수하는 이상주의자 하워드 로크와 사회적 평판을 중요시하며 고객에게 순응하는 기회주의자 피터 키팅. 두 사람의 상반된 가치관은 예술가들도 고민하는 지점이다.”

연출가 이보 반 호브는 3월 31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자신의 연극 <파운틴헤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상주의와 기회주의로 대변되는 두 건축가의 대립은 예술가로서 이상을 추구할 지, 관객의 성향에 맞춰 타협해야 할 지 고민하는 자신의 상황과도 닮았다는 것. 예술적 진정성이란 무엇인지, 개인의 자유의지와 집단주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등 철학적 주제를 러닝타임 네 시간 동안 펼쳐내는 <파운틴헤드>는 2014년 6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초연 돼 유럽연극계에서 극찬 받았다.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2015년과 2016년 올리비에 어워드와 토니 어워드에서 ‘최고연출상’과 ‘작품상’을 모두 휩쓴 이보 반 호브는 현재 유럽 연극계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뉴욕의 극장 BAM, 런던 바비칸 센터 같은 세계적인 극장 뿐 아니라 주드 로, 마크 스트롱 등 스타 배우까지 그와 함께 일하기를 고대할 정도다.
 

<파운틴헤드>는 지난 2012년 선보였던 <오프닝 나이트>에 이은 두번째 내한공연이다. 러시아 출신 미국 소설가 아인 랜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보 반 호브는 “지인에게 원작소설을 선물받았는데 단 며칠 만에 750페이지를 다 읽게 될 정도로 놀라운 책이었다. 소설의 주제에 반했다. 당장 연극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저작권 확보에 6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소설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배우 브래드 피트에게 3개월 마다 연락해 결국 허락을 얻어냈다고.

이보 반 호브는 원작을 150쪽짜리 대본으로 압축했다. “불필요한 캐릭터는 삭제하고 중요하게 부각시킬 캐릭터를 선택해야 했다. 두 건축가의 대립 지점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 위주로 작품을 꾸렸다. 열정적인 러브스토리도 보여줄 것이다.”

<파운틴헤드>는 이보 반 호브가 이끄는 네덜란드 극단 ‘토닐그룹 암스테르담’의 배우 22명이 연기한다. 그는 연습과정에서 배우들에게 “다음 장면을 생각하며 연기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매 순간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삶이랑 비슷하다. 삶은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다음 장면을 생각하며 연기하면 재미없어질 것이다.”
 

▲ <파운틴헤드> 공연 장면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