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미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1936)를 뮤지컬화 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가 내년 초 우리나라에서 초연하기 앞서 전 배역 오디션을 실시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아름답고 강인한 여성 스칼렛과 그녀를 둘러싼 남자, 레트와 애슐리의 로맨스가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 1939년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을 맡은 영화도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아직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명작이다.

인터파크에서 주회하는 이번 공연은, <캣츠>, <레미제라블>로 토니상에서 두 번의 연출상을 수상한 트레버 넌이 연출을 맡아 영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2008년 런던 초연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무대. 소설과 영화로 국내에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기에 이번 뮤지컬의 관건은 누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스칼렛과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레트, 신사적이고 부드러운 애슐리를 연기하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국 공연 오디션엔 수 백 명의 지원자들이 몰려 오디션 장을 달궜다. 제2의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을 꿈꾸는 매력 넘치는 배우들의 경합, 플레이디비가 살짝 엿봤다.


6월 15일, 남성 앙상블 오디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디션 첫 날은 남성 앙상블을 뽑는 일정.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혈기왕성 청년들을 가려내는 날이다. 이들은 저택에서 열리는 화려한 파티와 극 후반부 남북전쟁에서의 군인 등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왈츠와 격렬한 군무가 요구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해외 프로듀서 알도 스크로파니와 연출 스티븐 레인이 이번 오디션을 위해 참석한 가운데, 홍세정 감독이 안무를 진행했다.

오디션 직전, 정해진 안무를 빨리 익히고 오디션 자리에선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 지원 배우들의 역할이다. 에어컨으로 냉한 실내기온이 무색하게 배우들의 옷을 흘린 땀으로 젖어들어갔다. 금새 익히기엔 쉽지 않은 동작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옆 사람 보지 말고 소신 있게 하세요. 옆 사람 보다가 틀리는 거 같아요~!”
간혹 옆 배우의 몸짓을 따라 하는 배우가 나타나자 안무자는 ‘소신’을 외친다. 왈츠에선 ‘부드럽고 행복한 표정’을 군무에선 ‘마초적으로 강하게’란 요구사항이 뒤따른다. 긴장감과 운동량으로 땀을 비옷 듯 흘리는 배우도 눈에 띌 정도.


드디어 본격적인 오디션. “춤, 노래, 연기 중 어떤 걸 가장 잘하세요?”란 질문에 한 지원자는 “내면 연기”라고 답해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주어진 안무를 소화하고 각각 자신 있는 특기를 선보일 때마다 감탄과 걱정(덤블링을 하다 넘어진 배우 때문)이 오갔다.


6월 17일, 애슐리 오디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마음을 뒤흔드는 남자, 애슐리 윌크스 역에도 지원자가 몰렸다. 애슐리는 여성의 마음을 빼앗는 선 고운 미남형에 신사적인 태도, 좋은 교육을 받은 지식층 남성으로 스칼렛의 사랑을 받지만 결국 사촌인 멜라니와 결혼하는 인물. 부드럽지만 유약하고, 달콤하지만 우유부단해 스칼렛을 애타게 하는 캐릭터다.

“멋진 목소리에요. 춤도 출 수 있어요?”
여린 듯, 우수에 젖은 눈빛과 우유부단하지만 빼어난 미모를 지닌 애슐리 역은 누가 맡게 될지 기대되는 상황. 오디션은 자유곡과 지정곡을 부르는 순서로 진행됐다. 스티븐 레인 연출은 마음에 드는 지원자에겐 춤이나 연기 등 또 다른 특기를 요구한다.


이날 중점적으로 보는 점은 노래와 마스크. 특히 연출은 “애슐리는 지극히 신사적이며 잘생긴 배우를 뽑을 것”이라고 말하고 같은 날 오디션이 이어진 레트는 “키가 큰 구리빛 피부의 배우”를 찾고 있음을 시사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일까지 이어진 오디션을 통해 스칼렛, 레트, 애슐리와 멜라니 등 명작 속 캐릭터를 흡수할 배우들을 선정할 예정.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떠오를 배우를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11년 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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