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한민국 공연계는 그 어느 해 보다 화려하고 다양했다. 내한공연으로 [토요일밤의 열기] [캣츠] [퀴담] [로미오와 줄리엣] 등이 이어졌고, [맨오브라만차] [시카고] [스위니토드] [뷰티풀 게임] 등 라이선스 공연, [대장금] [싱글즈] [댄싱 섀도우] 같은 창작공연이 줄줄이 선보였던 것. 뮤지컬 작품수로 보면 2007년에는 이전 해보다 40% 이상이 늘어나 외형적으로도 큰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작품의 수가 늘어나면서 제작사들은 전에 없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관객들은 골라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게다가 [대장금] [댄싱 섀도우] 등 과감한 창작뮤지컬 도전은 의미 있는 시도라 평가되고 있으니 공연계는 여러모로 숨가쁘고 의미 있는 한 해를 치루어 냈다 할만 하다.

이제 기대되는 건, 2008년이다. 이미 국내에 대부분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유명한 작품들이 소개됐다고 하지만 올해도 참신한 소재의 라이선스와 내한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초연 창작 뮤지컬도 만만치 않게 선보이는데 특히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쏟아져 나오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지금껏 사랑을 받아온 흥행작들도 다시 관객들 찾아오니 2008년 공연계는 풍성한 한 해를 맞게 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어떤 공연이 2008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건, 관객은 준비된 작품을 선택 하면 된다는 것이다. 2008년 주요 공연 라인업을 살펴본다.

코미디부터 컨셉트뮤지컬, 호러까지
다양한 장르로 포진한 라이선스 공연
2008년에 새롭게 선보이는 라이선스는 한 마디로 ‘다양함’이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승부를 건 작품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때문. 이를 대표해 가장 먼저 새해를 장식하는 작품은 뮤지컬 [나인]. 영화 ‘8과 1/2’을 무대화한 한 이 작품은 16명의 여인과 단 한 명의 남자 배우가 등장해 몽환적인 모더니즘의 결정체를 보여줄 예정으로 배우 황정민이 캐스팅돼 더욱 주목 받는 작품이다.
실버 뮤지컬도 선보인다. [러브]는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로맨스를 다룬 이른바실버 뮤지컬. 얼마 전 55세 이상 노인배우들의 오디션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 오는 3월에 상륙하는 뮤지컬 [나쁜 녀석들](원제_Dirty Rotten Scoundrels)은 비열하지만 세련된 사기꾼들의 요절복통 사랑이야기라는 코미디로 승부한다.
코믹호러 뮤지컬도 선보인다.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블데드]가 그것. 영화 [스파이더맨] 감독 샘 라이미의 영화 [이블데드] 1, 2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진정한 컬트코믹호러 뮤지컬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줄 태세. 이미 류정한, 조정석, 백민정, 김승필 등 배우들이 캐스팅 된 상태다. 5월에 선보이는 [컴퍼니]는 살아있는 뮤지컬 음악의 전설 손드하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컨셉트 뮤지컬의 진수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작품도 있다. 7월 중 개막하는 샤롯데씨어터 세번째 작품 [캣츠]가 그것. 2007년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국내에서 부는 캣츠 열풍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들었던 바, 이번 라이선스 공연이 어떤 성과를 이룰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외에도 [씨왓아이워너씨] [마이페어레이디] [지붕위의 바이올린] 등 독특한 라이선스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씨왓아이워너씨]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원작 소설 '덤불 속에서'(1막)와 '용'(2막)을 각색해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1막 '덤불 속에서'는 영화 [라쇼몽]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이페어레이디]와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영화로 대중에게 이미 친숙한 뮤지컬로, 작품성과 재미를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2008년에는 소재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영화를 원작으로 하거나, 영화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작품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어 더욱 본격화된 원소스멀티유즈 현상이 흥미롭다.

라디오스타, 미녀는 괴로워 등
영화와 밀애하는 창작뮤지컬
2008년 창작 뮤지컬 라인업은 단연 ‘영화’로 함축할 수 있다. 당장 1월에 선보이는 [라디오스타]에서 출발, 7월에는 [나의사랑 나의신부], 11월에는 [미녀는 괴로워]가 선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콤살벌한 연인] [번지점프를 하다] 등도 이후에 예정돼 있어 바야흐로 영화와 뮤지컬의 만남이 전성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기 영화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소재고갈보다 창작작품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창작 작품 한 편은 투입해야 하는 자금과 인력, 시간에 비해 그 흥행성은 보장 받을 수 없는 게 공연계의 현실. 따라서 이미 흥행과 작품성에서 인정받은 영화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한 발 앞서겠다는 게 제작사의 생각이다. 또한 최근 공연, 영화, 만화가 경계를 허물며 흥행을 일궈낸 것도 이유일 것.
[라디오 스타]는 이준익 감독과 박중훈, 안성기 등 배우들이 빗어낸 훈훈한 드라마로 올해 가장 먼저 관객을 찾는다. 뮤지컬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김다현, 정성화, 서범석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 영화의 감동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선보이는 [미녀는 괴로워]도 올해 기대작 중 하나. 뚱뚱하고 못생긴 여인이 전신 성형을 통해 최고의 가수로 거듭난다는 내용으로 김아중이 주연을 맡아 670만명을 동원한 바 있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누가 주연을 맡을 지가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영화의 위트가 무대에선 어떻게 표현될 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굵직한 내한공연들, 어떤 작품을 선택할까?
관심을 끄는 내한 공연도 줄을 잇는다. 가장 처음 선보이는 작품은 국립극장에서 선보이는 [42번가]. 1930년대 대공황기에 브로드웨이의 중심인 42번가를 배경으로 무명의 뮤지컬 배우가 스타로 탄생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는 뮤지컬이다. 다이나믹하고 테크니컬한 탭의 앙상블과 화려한 의상, 귀에 익은 넘버는 국내 뮤지컬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400벌의 원색 위주였던 초연 의상과는 달리 금색과 은색 등의 최신 버전으로 바뀌는 등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락 팬이라면 반가워할 뮤지컬도 있다. 오는 2월에 찾아오는 [위윌락유]가 그것. 전설의 록밴드 ‘퀸’의 음악으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로,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퀸’의 음악이 나와 뮤지컬팬 뿐만 아니라 락 마니아의 관심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퀸을 사랑하는 팬들이 그리워하던 주옥 같은 히트곡과 더불어 영국 최고의 코미디 작가 벤 엘튼이 사회풍자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2007년 최고의 내한공연으로 꼽히는 [캣츠]가 6월 다시 앵콜 공연되는 것도 눈 여겨 볼만 한다. 게다가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먼저 선보이기 때문에 공연 팬들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2007년 공연을 놓친 팬에게는 좋은 기회로 또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도 넌버벌 퍼보먼스를 선보이는 [블루맨그룹]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그들이 한국에서 선보일 공연은 '하우 투 비 어 메가스타'(How To Be a Megastar)’로 미국과 프랑스를 거쳐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온 몸을 파랗게 칠한 남성들의 음악과 코미디 퍼포먼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 국내 관객들의 호응이 기대되고 있다.

‘흥행작은 돌아 오는 거야’
재공연하는 작품들
2008년 재공연에 들어간 작품들도 관심 받고 있다. 이미 작품성과 재미를 검증 받은 작품들인데다 지난 공연과의 차이점을 찾는 것도 재미이기에 뮤지컬 마니아들에겐 희소식 중 하나일 것.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지킬앤하이드]다. 지난 2004년 초연해 기록적인 흥행을 일궈내며 2005, 2006년에도 재공연에 들어간 이 작품은 특히 조승우, 류정한이라는 배우들을 뮤지컬 스타로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 2008년에는 11월에 LG아트센터에서 감동을 재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헤드윅] [그리스] 등 마니아층을 이끌고 있는 작품과 [싱글즈] [쓰릴미] [김종욱찾기] [필로우맨] 등 지난해 두드러진 성적을 보인 작품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풍성
2008년은 풍성한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으로 클래식 팬들에게는 배부른 한 해가 될 것 같다. 오는 3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그 중 대표적일 것. 유로프스키가 이끄는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떠오르는 스타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이 각각 협연하여 음악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랑랑&차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기대되는 무대. 24세에 이미 세계적인 스타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랑랑은 힘찬 연주와 숨막힐 것 같은 속도로 사랑 받는 연주자로 이번 공연에서는 차이나 필하모닉의 지휘자 롱유와 함께 ‘황하’협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사라장&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도 주목 받고 있다. 2007년 5월 한국 클래식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라 장과 오프레우스가 비발디 사계에 이어 또 다시 한국 팬을 찾아오는 것. 이미 이미 세계 정상의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뚝 선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과 지휘자 없는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만남이다.
이외에도 [안네소피무터&카메라타잘츠부르크]와 [투란도트/아이다 연속공연] 등이 이어지며 클래식 팬들은 벌써부터 두근대는 2008년을 맞고 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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