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복합문화공간의 매력 　
아트센터는 크게 3가지 문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공연장, 갤러리, 야외공연장이 그것. 전문공연장인 `아트홀'은 객석 가변 시스템을 도입해 고정좌석 423석, 스탠딩 1000여석 규모로 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수 있는 중극장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다. 홍대 인근 클럽이나 공연장이 대부분 100석에서 500석 이하의 소규모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아트홀은 나름 `파격'을 내세운 셈이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1000석 이상의 객석을 요구하는 아티스트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 뮤지션은 물론이고, 낯선 인디밴드들이 모여 함께 여는 작은 페스티벌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이 센터는 이미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공연장의 시설은 어떨까.

가로로 길게 뻗은 큼직한 무대를 보면, 콘서트뿐 아니라 서커스도 훌륭히 소화할 정도다. 1층 스탠딩으로 어디에 서도, 2층 구석진 자리 어디에 앉아도 한눈에 무대를 조망할 수 있는 시인성은 이 센터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사운드 역시 대중음악의 어떤 장르도 귀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 또렷하고 다층적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개관부터 12월 연말까지 장르가 다른 공연들을 따라가봤다. 이승환의 자선 콘서트 `차카게 살자 2012'(10월6, 7일) 같은 강렬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무대에서도 아트홀은 그 강한 하울링(howling·소리 증폭에 따른 소음)의 여파를 굳건히 견뎌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타루의 무대(10월19, 20일)나 원모어찬스의 정규 1집 발매 콘서트(10월27, 28일) 처럼 비교적 세심한 소리를 요구하는 무대에서도 소리의 투과율이 꽤 높았고, 소리가 울려퍼지는 전파력도 컸다. 2층의 경우 1층에 비해 공간적 약점과 다층적 소리 구현의 미비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청취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영리한 무대 짜임새…관객들을 홀리다 　
더스틴 무어의 내한공연(11월7일), 파스텔뮤직 10주년 기념 콘서트(11월10일) 등에서도 사운드는 커브가 아닌 직구로 고스란히 다가왔다. 이는 무대를 세로가 아닌 가로로 길게 뻗어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한 전략 덕분이다. 소리의 전달력을 최소한 줄여 현장감을 극대화했다고 할까. 　
기분좋은 예술적 이미지는 갤러리인 `아트스페이스'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300평 규모의 공간으로 조성된 이 곳은 전시, 체험전 등을 자유롭게 구성해 시각의 미를 강조했다. 야외공연장 `메세나 포레스트'는 500석 규모로 도심 속의 작은 숲을 연상할 수 있도록 구성, 자연과 동화되는 문화 체험을 가능케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 특징. 　

인터파크 아트센터의 세 무대는 지역별 특성에 맞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개념에 가장 충실한 루트를 따르고 있다. 이미 개관한 한남동의 블루스퀘어가 최신 트렌드에 맞춰 순수미술, 설치, 건축, 패션, 도서 등 전방위에 걸친 다양한 문화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컬처파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성사된 문화공간이라면, 인터파크 아트센터는 라이브연주, 클럽 문화, 거리 공연 등 소위 `홍대앞 예술'의 흔적을 한데 모아 다양한 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모습으로 태어났다.

지역문화의 특징 그대로 흡수한 실질적 문화공간 　
아트센터는 개관 첫 공연인 이승환의 `차카게 살자 2012'의 대관료 전액을 기부해, 훈훈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홍대 특색에 맞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공연과 전시를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공연소비의 개념을 넘어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는 실질적인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이 아트센터의 행보가 앞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고 또 문화 확산의 교두보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이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희망의 불씨는 지펴진 것이 아닐까.

글: 김고금평(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