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공연계에서 ‘스타 마케팅’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영화의 경우 스타 파워가 네티즌들의 입소문에 비해 그다지 영향력 없다는 것이 각종 조사를 통해 밝혀졌지만 공연에선 여전히 스타의 출연 여부가 흥행을 좌우하는 주요인이다. 관객들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던 스타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따라서 제작자들은 작품 실패의 위험성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타 캐스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뮤지컬계는 이제 스타 마케팅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2004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영화 <말아톤>을 동시 흥행시킨 조승우는 뮤지컬계에 스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이후 오만석, 엄기준, 송창의, 박건형 등 남자 뮤지컬 배우들로 스타 마케팅의 외연이 확장됐다.

 
그런데, 최근 뮤지컬계의 스타 마케팅은 아이돌 마케팅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것 같다. 아이돌 마케팅은 2008년 그룹 빅뱅의 승리와 대성이 각각 <소나기>와 <캣츠>로 뮤지컬계에 발을 들인 이후 본격화 됐고, 2010년 JYJ의 김준수가 <모차르트>에 출연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바로 ‘한류 뮤지컬’의 시작이다. 당시 아시아 팬들까지 서울에 몰려오는 것을 보며 그 위력을 깨달은 한국 뮤지컬 제작사들은 이후 아이돌들을 앞다퉈 캐스팅하고 있다. 아이돌의 인기에 의존하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많지만 제작자 가운데 아이돌 마케팅의 유혹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중에는 소속 아이돌들을 단순히 무대에 진출시키는데서 나아가 직접 작품을 제작·투자하는데 뛰어들고 있다. 사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을 이용해 노래 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내 굴지의 엔터테이먼트 회사로 꼽히는 SM의 경우 이미 2000년 HOT 주연의 <평화의 시대>를 시작으로 2006년 동방신기의 , 2007년 슈퍼주니어의 <꽃미남 테러 사건> 등 아이돌들을 단체로 출연시킨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그리고 2008년엔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희철을 앞세워 뮤지컬 <재너두>를 제작하기도 했다. 당시 SM의 시도는 비평과 수익 모두 실패로 끝났으나 최근 다시 도전장을 냈다. 특히 JYP가 2011년 배용준의 키이스트와 손잡고 드라마 <드림하이>를 성공시킨 이후 SM도 지난해 드라마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만들며 본격화됐다. SM은 아예 올초 1000억원 규모의 문화 콘텐츠 전문 투자기업 SMCI를 세워 뮤지컬과 영화 등에 본격 투자하기로 했다.

사실 SM의 이런 행보는 일본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쟈니즈 사무소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인다. SM은 그 출발부터 소년대, 히카루 겐지, SMAP, 아라시, 캇툰, 킨키키즈 등 수많은 아이돌그룹을 만들어낸 키워온 쟈니즈 사무소를 모델로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쟈니즈 사무소의 경우 아이돌들을 TV 드라마나 예능에 출연시키는 것 외에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 제작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피칸치> 시리즈를 비롯해 <꽃보다 남자> <구로사기> <오토나리> 등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꽤 알려진 작품들을 꽤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의 SM이나 JYP와 달리 쟈니즈 사무소는 드라마 제작에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주력하는 분야가 뮤지컬 제작이다. 소속 아이돌들을 외부 제작 뮤지컬에 출연시키기도 했지만 아예 자체적으로 뮤지컬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쟈니즈표 뮤지컬’은 일본 창작 뮤지컬에서 하나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았으며 매번 티켓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끄고 있다.

무대를 중시하는 쟈니즈 사무소의 전통은 설립자 쟈니 기타자와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시절부터 LA 인근 극장에서 무대감독 조수로 일하는 등 공연을 좋아했다. 대학 시절엔 일본의 유명한 엔카 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LA 공연 당시 무대감독으로 일하면서 일본 예능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미군의 통역 담당으로 일본에 돌아온 그는 취미로 소년들 30여명을 모아 야구팀을 만들고 코치로 활약했는데, 1962년 이들 중 4명을 뽑아 첫 보이그룹을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쟈니즈(Johnys)'로 일본 아이돌그룹의 원조에 해당한다. 쟈니즈 사무소의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하게 됐다. 쟈니즈는 콘서트는 물론이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 다양하게 출연했다. 특히 쟈니 기타자와는 젊은이가 꿈을 이뤄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언젠가 어디선가 네 잎 이야기>에 쟈니즈 멤버들을 단체로 출연시켜 인기를 모았다.

비록 쟈니즈가 5년만에 해체됐지만 뒤를 이어 쟈니즈 주니어 개념으로 만들어진 포리브즈(Four Leaves)가 1967년 결성됐다. 그리고 1970년대 들어 타노킹 트리오와 시부가키대, 1980년대 소년대와 히카루 겐지 그리고 오토코구미가 차례차례 등장해 큰 인기를 모았다. 또한 1990년대가 되면 SMAP, 토키오, V6, 킨키 키즈, 아라시까지 등장하며 쟈니즈 사무소의 전성시대를 견인한다. 또한 2000년대에도 타키&츠바사, 캇툰, NewS, 칸쟈니8, Kis―My―Ft2, 헤이세이 점프 등이 뒤를 이어 등장했다.

글: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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